불체포특권 폐지, 세비 동결
친인척 보좌진 채용 문제 등 논의
19대 국회 때도 흐지부지… 실현 미지수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자문기구 설치에 합의하면서 향후 논의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친ㆍ인척 보좌진 채용 의혹과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이 터지자 이에 놀란 여야가 특권 내려놓기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그러나 앞서 19대 국회 때도 비슷한 내용의 개혁을 추진하다 흐지부지된 바 있어 실현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폭넓은 의견 교환을 했다”며 “국회의장 직속의 특별 자문기구를 여야 외부추천 인사로 구성해 실효적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각 당이 경쟁적으로 대안을 내놓기보다는 의장 자문기구, 외부인 중심의 기구에서 특권을 점검해보고 유지할 것과 포기할 것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이날 국회사무처 기관장 간담회에서 “의장 직속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를 설치해 국회 윤리관계 법규(국회의원실천규범 등)의 개정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기구는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제안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세비 동결, 친인척 보좌진 채용 문제 등을 우선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여야의 특권 내려놓기 경쟁은 처음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2014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혁신특위를 구성해 체포동의안 자동폐기 조항 폐지,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금지, 국회 윤리특위 강화 등을 특위안으로 의결해 의원총회까지 거쳤으나 19대 국회 임기종료와 함께 논의가 흐지부지됐다. 2014년 8월 검찰은 철도 부품 제작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송광호 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국회가 다음달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면서 ‘철도비리’ 수사에 차질을 빚었다. 당시 비판 여론이 들끓자 관련 법 개정이 기정사실로 되는 듯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비슷한 시기 더민주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도 정치혁신실천특위를 구성해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의무화, 무단결석 의원 세비 삭감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법제화되지는 않았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여야가 모처럼 혁신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런 전례에 비춰 지금 특권 내려놓기를 약속한 국회에 박수를 보내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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