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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후폭풍… 영국 집권 보수당은 ‘배신의 정치’

입력
2016.07.0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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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27일 각료회의 참석 차 다우닝가 10번지의 총리 관저에 들어서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영국의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27일 각료회의 참석 차 다우닝가 10번지의 총리 관저에 들어서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존슨 前시장 불출마 선언 뒤엔

‘30년지기’ 고브 장관 배신 있어

“존슨, 총리 자질 부족” 비판 후

본인은 경선 출마 선언해 눈총

캐머런 총리와도 옥스퍼드대 동문

“친구 배신해 정치적 이득” 비아냥

브렉시트 이후 혼란에 휩싸인 영국 집권 보수당이 차기 총리 자리를 둘러 싸고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 ‘막장’정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레프는 30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30년 지기이자 총선 경선의 러닝메이트였던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한테서 배신의 정치가 무엇인지를 배웠다”고 표현했다.

존슨 전 시장은 이날 총리 경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기로 예정돼 있던 자리에서 돌연 경선 불출마를 선언해 충격을 줬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동료와 논의했고 의회 여건들을 고려해 내가 총리가 될 사람은 아니라고 결론 냈다”고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 없이 서둘러 퇴장했다. 브렉시트 진영을 선두에서 이끌며 차기 총리 일순 위로 거론되던 인물이어서 파장이 컸다. 가디언은 “존슨 전 시장이 브렉시트로 혼란만 초래해놓고는 무책임하게 물러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언론들은 존슨 전 시장의 행보보다 고브 장관의 배신에 더욱 주목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존슨 전 시장이 고브 장관의 배신에 큰 충격을 받아 경선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약 30년 전 옥스포드 대학 시절부터 우정을 쌓아온 존슨 전 시장과 고브 장관은 영국 정계에서 끈끈한 정치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왔다. 고브 장관은 2005년 한 인터뷰에서 “나는 보리스 존슨의 광신적인 추종자”라고 말하기까지 했고, 브렉시트 국면에서는 존슨 전 시장의 핵심 정치 참모 역할을 도맡아 했다.

하지만 고브 장관은 이날 느닷없이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존슨 전 시장이 총리가 되기에는 자질이 부족하다”고 정면 비판했다. 존슨 전 시장은 경선 출마 선언을 준비하던 당일 오전까지 고브 장관의 출마 결심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여론이 악화되던 차에 믿었던 고브 장관마저 등을 돌리자 존슨 전 시장이 경선을 포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브렉시트 이후 존슨 전 시장이 거짓말 논란에 휘말리며 정치적 위기에 봉착한 것도 사실상 고브 장관이 의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존슨 전 장관이 브렉시트 이후 처음으로 여론의 역풍을 맞은 건 텔레그레프에 실은 그의 기고문인데 그 수정과 검토를 전부 고브 장관이 담당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존슨 전 시장 측 관계자는 “기고문이 존슨의 최종 승인도 없이 신문에 실렸고 이를 고브 장관이 지시했다”고 FT에 털어놨다.

고브 장관은 캐머런 총리와도 옥스포드 대학 시절부터 절친이었다는 점에서 배신의 정점에 서 있다. 물론 존슨 전 시장이 여론 악화로 총리 경선 과정을 완주하기가 힘들어지자 고브 장관과 바통 터치를 했다는 일종의 정치적 거래설도 없지는 않다. FT는 “결과적으로 보면 캐머런 총리와 존슨 전 시장 모두 물러났다”며 “고브 장관이 친우들을 잇따라 배신하면서 큰 정치적 이득을 챙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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