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슬라 전기차, 흰색 트럭 인지 못하고 충돌… 운전자 사망
센서,카메라로 속도 등 조절
지능형 차간거리 제어장치
“빛 폭설 등 상황땐 기능 떨어져
항상 운전대에 손 올려 놓아야”
자율주행으로 달리던 미국 테슬라의 전기차가 트럭과 충돌해 운전자가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자율주행차가 일으킨 첫 사망사고로, 자율주행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테슬라는 지난 5월7일 미 플로리다주 윌리스턴의 27번 도로에서 테슬라의 중형 승용차인 모델S가 대형 트레일러 트럭과 충돌해 운전자가 숨진 사건과 관련,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1일 밝혔다.
NHTSA에 따르면 당시 모델S는 자율운전주행 모드인 ‘오토파일럿’을 작동시킨 상태에서 교차로를 향해 주행중이었다. 교차로 건너편에서는 트럭이 좌회전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델S는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계속 직진, 결국 모델S의 앞 유리창과 트럭 측면 아래 부분이 충돌했다. 이어 모델S는 트럭의 하단부를 통과해 주변 울타리와 전봇대까지 들이 받은 뒤 수십미터 떨어진 곳에서 회전하다 멈춰 섰다. 발견 당시 모델S는 지붕이 거의 뜯겨져 나간 상태였다. 운전자 조슈아 브라운(40)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테슬라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비극적 손실’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모델S와 운전자 모두 맑은 하늘 아래에서 트럭의 흰색 부분을 인지하지 못해 사고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브라운은 지난해 10월부터 유투브에 모델S의 자율주행 기술 시연 영상을 24개나 올릴 정도로 테슬라의 기술을 확신했다. 지난 4월에는 흰색 트럭이 왼쪽에서 자신의 차량 쪽으로 바짝 붙는 상황에서 모델S가 이를 감지하고 알려줘 간신히 충돌을 피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오토파일럿 기능 덕택에 트럭과의 충돌을 피했다”며 해당 동영상을 소개, 유튜브에서 조회수가 172만회를 넘기도 했다. 사고 트럭 운전수 프랭크 바레시(62)는 인터뷰에서 “운전자(브라운)가 사고 당시 TV 화면을 통해 해리 포터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사고의 책임이 자신들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테슬라는 성명서 서두에 “오토파일럿으로 누적 주행 거리 1억3,000만마일(2억900만㎞)를 넘은 뒤 생긴 첫 사고”라고 강변했다. 성명서는 또 “만약 모델S가 트레일러의 앞이나 뒤쪽과 충돌했다면 사고 방지 시스템이 작동, 심각한 부상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글을 비롯한 세계적인 정보통신(IT) 기업들과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앞다퉈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잇따른 자율주행차 사고로 기술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구글의 무인자율주행차도 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옆 차선의 버스 속도를 잘못 계산, 접촉사고를 낸 바 있다.
사고차에 적용된 기술은 이미 대중화 단계인 지능형차간거리제어장치(ASCC)다. 이는 고속도로처럼 일정한 주행이 가능한 상황에서 센서와 카메라가 앞차를 파악, 차간 거리와 속도를 조절한다. 현대차의 제네시스 EQ900 같은 고급 승용차는 물론 대형 트럭에도 사용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센서는 이번 사고처럼 빛이 강하거나 폭설이 내리는 등 환경에선 인지 기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며 “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기술은 아직 불완전해 많은 나라들이 항상 운전대에 손을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 측도 “오토파일럿을 켰을 때도 이는 보조 장치이며 항상 운전대에 손을 올려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제 한국자동차안전학회 회장은 “아직 완전하지 않은 자율주행 기술의 불완전함이 드러난 것”이라며 “자동차 업계에 경종을 울리는 사고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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