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과 사적으로 조용히 만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린치 장관은 클린전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을 수사 중인 장본인이다.
지역방송 ABC15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두 사람의 회동은 이날 밤 애리조나 주 최대도시인 피닉스의 스카이 하버 국제공항 활주로에 세워져 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전용기에서 30분간 진행됐다. 이 만남에서 클린턴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수사 압력, 혹은 수사 정보 교환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당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밤 피닉스를 떠나기 위해 공항에서 수속을 밟고 있다가, 린치 법무장관이 곧 도착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린치 장관을 기다린 끝에 결국 전용기에서 30분간 대화할 수 있었다. 회동에는 린치 장관의 남편도 동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보도에 대해 린치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의 대화는 거의 손자들에 관한 것이거나 여행 등 사교적 내용이었다”며 “클린턴 전 대통령은 피닉스에서의 골프 라운딩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또 “국무부와 관련된 어떤 현안도 논의하지 않았다. 벵가지 이야기는 없었으며 국무부 이메일 이야기도 없었다”며 “그날 뉴스였던 브렉시트 결정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그 만남은 미국 정치 시스템이 정치 엘리트들의 이익을 위해 조작됐다는 내 주장의 증거”라고 비판했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린치 장관 모두 어떻게 이렇게 판단이 나쁠 수 있느냐”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크리스 쿤스(민주ㆍ델라웨어) 의원은 “법무장관은 전직 대통령과 짧고, 우연한, 사교적 만남조차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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