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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위기 때마다 ‘약방의 감초’ 세비 동결은 이벤트?

입력
2016.06.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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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비대위 ‘특권 내려놓기’

야당보다 혁신 경쟁 앞서 나가

여야 경쟁… 상대당 압박용…

4년째 동결로 포퓰리즘 처방

의회정치 무력화 비판 많아

“돈 드는 의정활동 현실 알리고

떳떳하게 평가 받는 자세 필요”

박명재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명재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30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세비 동결 카드를 내놓았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이날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오늘 회의에서 20대 국회에서는 세비를 올리지 않고 동결하기로 결의했다”며 “앞으로 본회의 출석 수당을 비롯, 각종 수당의 합리성과 적정성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 밖에도 ▦불체포특권 포기 ▦영장실질심사 출석 의무화 ▦윤리특위 징계안 회부 이후 60일 내 심사 완료하고 거부할 경우 징계 ▦국회의원과 배우자의 8촌 이내 친인척 채용 금지 등의 내용도 의결했다. 이 대책들은 의원총회에서 동의를 얻어야 하고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법 개정도 해야 하지만 일단 안팎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최근 비리와 ‘갑질’ 문제가 잇따라 터져 정치권을 향한 싸늘한 시선을 의식한 여야가 앞다퉈 특권 내려놓기와 정치 혁신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경 더민주 대변인은 이날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국민의 요구이자 시대정신인 만큼 더민주는 새누리당의 제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일단 새누리당의 ‘특권 내려놓기’ 행보는 최근 서영교 의원의 가족 보좌진 채용 논란과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위기에 처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과의 차별화를 통해 혁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정치권이 신뢰의 위기에 처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내놓는 것이 세비 동결과 세비 반납 약속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혁신 경쟁을 벌이던 여야가 세비 삭감 공약까지 내놓았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세비를 30% 삭감하겠다’고 결의했고 새누리당도 이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이후 ‘세비 삭감’이 흐지부지되자 여야는 세비를 매년 동결하는 것으로 여론의 뭇매를 무마해온 측면이 있다.

세비 반납도 여야의 혁신 경쟁에서 종종 동원됐다. 지난 6월 초 국회 개원이 늦어지자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국민의당은 원구성이 될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실천에 옮겼다. 19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는 이한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 한달치 세비 13억6,000만원을 국군전사자 유해발굴사업에 기부했다. 세비 반납이 상대당 압박용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었다. 2014년에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놓고 국회가 공회전하자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10여명의 의원들은 ‘세비 반납 운동’을 선포하며 야당의 동참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무턱대고 세비 동결부터 외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적지 않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현재 국회의원의 세비는 1억3,796만1,920원으로 2012년에 인상된 이후 4년째 동결 상태다. 지난해에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2016년도 세비를 2% 인상하는 예산안을 의결했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고 백지화됐다. 이런 가운데 이날 또다시 세비 동결 공약이 나와 국회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세비를 올리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비 반납 혹은 동결은 정치개혁의 ‘출발점’ 일수도 있지만 대체로 일회성 홍보이벤트로 끝나기 쉽고, 포퓰리즘적 처방으로 오히려 의회정치를 무력화시킨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부정부패 방지를 위해선 적절한 세비를 받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누리당의 세비 동결 발표는 과거 정치권에서 수차례 시도했던 유사한 이벤트”라며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크긴 하지만 돈이 드는 정치 현실을 알리고 그에 걸맞은 의정활동을 하고 국민의 평가를 받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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