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전날 기준 완화해 혼란 예상
맞춤반 부모는 바우처 활용해
월 최대 15시간 추가 이용 가능
정부 지원 기본보육료 6% 인상
정부가 일부 어린이집 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맞춤형 보육을 7월 1일부터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기존 입장에 비해 종일반(하루 12시간 보육) 이용 기준을 완화했고, 어린이집 지원 금액도 인상했다. 제도 시행 하루 전에 기준을 바꾸면서 보육현장의 혼란도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자녀가 2명이라도 모두 우리 나이로 3세 이하(2014년 1월 1일 이후 출생)인 가구는 어린이집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맞춤형 보육 제도를 확정하고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기본보육료는 종일반과 맞춤반(하루 6시간 보육) 간 차등 없이 인상된다. 맞춤형 보육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아(우리 나이 1~4세)를 대상으로 부모 맞벌이, 다자녀 등의 여부에 따라 보육시간을 이원화하는 제도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맞벌이 부모님들은 더욱 당당하게 12시간 동안 보육서비스를 보장 받고, 가정 양육이 가능한 부모님들은 현재 어린이집 이용 시간(평균 6시간23분)을 유지하면서 더 질 좋은 보육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안에 따르면 종일반 이용이 가능한 다자녀 가구 기준은 당초 발표됐던 세 자녀 이상에서 3세 이하 자녀들을 둔 두 자녀 가구로 일부 완화됐다. 자녀 연령은 출생연도 기준으로, 올해의 경우 2014~2016년 출생한 아이가 이에 해당한다. 새 기준 적용으로 새달부터 맞춤반으로 옮기게 돼 있던 영아 중 1만5,000명 정도가 종일반을 계속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영아(75만명)의 2% 수준이다.
이날 현재 종일반 신청 비율은 73%였다. 하지만 복지부는 다자녀 기준 완화, 부모의 취업ㆍ임신 등에 따른 종일반 이동 수요 등을 감안하면 연말엔 종일반 이용률이 예산 편성 기준인 8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맞춤반 기본보육료 지원액도 종일반과 동일하게 지난해 대비 6% 인상된다. 다만 정부가 가정에 지원하는 부모보육료는 맞춤반이 종일반의 80%로 책정됐다. 복지부는 맞춤반 가정에 지원되는 추가보육 바우처(월 15시간)를 감안하면 맞춤반 전체 보육료는 전년 대비 3.8% 인상된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본보육료 인상분은 보육교사 처우 개선에 우선적으로 쓸 것을 어린이집 단체들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복지부 발표에 대해 최대 어린이집 단체인 한국어린이집연합회,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는 수용 입장을 밝혔다. 반면 제도 시행에 반발해 집단 휴원을 강행했던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보육체제의 근본적 개편을 요구하며 맞춤형 보육 반대 방침을 재확인했다. 장진환 회장은 “다음달 중순 회원 어린이집들이 관할 지자체에 휴지 신청서를 내고 9월부터 집단 장기휴원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초 예고했던 7월 1~4일 집단 휴원은 보류하기로 했다.
맞춤형 보육 시행 이후 등ㆍ하원 시간은 각 어린이집이 학부모와의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맞춤반 학부모는 사정이 있을 때 보육 바우처를 활용해 자녀를 규정 시간 이상 맡길 수 있다. 바우처는 30분 단위로 월 최대 15시간 사용하며 월말 정산을 통해 남은 시간은 연말까지 이월할 수 있고, 초과 사용 비용(시간당 4,000원)은 가정에서 부담한다.
그러나 정부가 제도 시행 하루 전 종일반 자격 기준을 변경하면서 반 분류 등 보육 현장의 혼란이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맞춤반 신설에 따른 등ㆍ하원, 간식 제공, 차량 운행 등 운영 시간 조정 과정에서도 혼선과 마찰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무상보육 공약에 맞춰 복지부가 제도를 급조했다 시행 이후 변경해 학부모들의 혼란만 야기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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