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옥자’ 등 한국에서 제작한 넷플릭스 프로그램을 전 세계 8,100만명 이상의 가입자들에게 선보이겠다.”
넷플릭스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와 테드 사란도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가 올 1월 넷플릭스 서비스를 전 세계 190여개국으로 확대한 이후 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30일 한국을 찾았다. 헤이스팅스 CEO는 “이전에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협력사와 만나기 위해 수 차례 한국에 방문했지만 공식 무대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라며 “현재 한국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연내 구체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1997년 미국에서 설립된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 업체다. 2013년 온라인 전용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에미상을 수상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포함해 지금까지 10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했다. 미국에서는 저녁 8시 시간대 인터넷 점유율의 30%를 넷플릭스가 차지해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 방송사들이 주요 뉴스로 보도할 정도다. 한국에서는 지난 1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넷플릭스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국가는 중국과 시리아뿐이다.
이날 넷플릭스는 한국 시청자들을 겨냥해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을 일부 소개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살인의 추억’, ‘괴물’ 등을 만든 봉준호 감독의 ‘옥자’다. 어린 소녀와 거대 동물의 우정을 그린 이 영화는 내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헤이스팅스 CEO는 “옥자의 제작비는 역대 한국 영화와 비교했을 때 최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드라마 월드’, ‘비스트 마스터’ 등도 제작 중이다. 드라마월드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미국 소녀가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 산다는 내용의 판타지 드라마다. 비스트 마스터는 ‘슈퍼스타K’처럼 참가자가 모두 한국인인 경연 프로그램으로, 방송인 박경림이 진행을 맡아 현재 미 캘리포니아에서 촬영 중이다. 또 영화배우 배두나가 출연하는 드라마 ‘센스8’ 시즌2도 곧 서울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이 같은 프로그램들은 제작이 마무리 되면 회차별 순차 공개가 아닌 전회차 동시 공개 방식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이번 넷플릭스 임원들의 방한은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풀이된다. 그 동안 넷플릭스는 해외에서의 선전에 비해 국내에서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상파 드라마나 최신 영화 등 국내 콘텐츠가 거의 없고, 인터넷(IP)TV와 비교해 이용료도 싸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한국 시청자를 위한 콘텐츠가 늘어나면 국내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커질 뿐 아니라 한국 제작사들과 콘텐츠의 해외 진출에도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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