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미 넘치는 대한민국 만들어야죠”
백선기(61ㆍ사진) 경북 칠곡군수의 나눔에 대한 철학은 확고하다. 나눔 문화 확산이 더불어 사는 사회와 따뜻한 공동체를 구현하고, 궁극적으로 군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생활운동이 된다고 믿고 있다.
나눔 문화 확산을 통해 지역이미지가 올라가고, 도시브랜드가치가 향상되고, 지역 농특산물 판매나 기업유치에 도움이 되는 것은 그에 따른 ‘부수입’이라는 것이다.
백 군수가 나눔 문화운동과 더불어 높은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은 인문학 부활을 통한 인간성 회복이다. 그는 “전쟁으로 파괴된 인간성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문학이 발달했다”며 “인문학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칠곡군은 지역내 할머니들이 쓴 시집 ‘시가 뭐고’를 발간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일자무식으로 살다가 뒤늦게 한글교실에서 한글을 깨우치고 쓴 89편의 시를 담은 이 시집은 6쇄까지 6,500부가 모두 팔렸고 7쇄 인쇄를 준비 중이다. 칠곡할머니들은 각종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때아닌 유명세를 타고 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 행사에도 초청돼 ‘시가 뭐고’를 낭독, 박수갈채를 받았다.
백 군수는 “칠곡 지역 호국성지와 인문학을 연계한 여행프로그램인 ‘인문열차’ 운행 등 인문학 부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나눔 운동을 확산시켜 칠곡군이 따뜻한 대한민국 건설의 선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군수의 나눔은 아프리카의 빈국 에티오피아에도 전해지고 있다. 그가 나눔의 대상 국가로 에티오피아를 선정한 것은 칠곡이 호국의 성지라는 것과 무관치 않다. 6ㆍ25 당시 칠곡군은 낙동강 방어전투와 다부동전투 등 최후의 보루였다. 에티오피아는 유엔 참전 16개국의 하나로,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극빈국에 속한다. 1인당 명목 GDP가 500달러가 되지 않을 정도다.
백 군수는 “이젠 우리가 에티오피아를 도와야 할 때”라며 “1회성 지원보다 현지인들의 자립기반 구축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아픔에 머무르지 않고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은 칠곡군의 경험과 의지가 60년 전 우리를 도와준 에티오피아가 도약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칠곡=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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