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공간 보장된 한 집에 살면서
단지 입주민 자녀 교육지도 등
임대료 없는 조건으로 재능기부
서울 마포구, 프로그램 확대키로
대학생 심해람(22)씨는 4개월째 서울 마포구 현석동의 부분임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부분임대 아파트는 한 집 안에 두 개의 독립된 공간이 마련된 아파트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던 심씨는 2학년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재능기부를 통해 무상으로 부분임대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는 ‘대학생 부분임대아파트’사업을 알게 됐다. 그는 “40만원에 달하는 월세도 부담스러웠고, 교육분야에 관심이 많아 공고를 보자마자 지원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부분임대 아파트에 입주한 심씨는 현재 룸메이트 1명과 함께 부엌과 화장실이 포함된 원룸에서 지낸다. 가스, 수도요금 외에 별도의 임대료는 없다. 대신 일주일에 두 시간씩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기주도학습’을 지도한다. 심씨는 “살아보니 두 집 사이에는 벽에 있어서 완전히 분리된 생활을 할 수 있고, 한강조망이나 각종 커뮤니티 시설 등 혜택을 입주민과 똑같이 누리고 있다”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워 주거문제로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분임대 아파트에서 대학생들에게 무상으로 방을 제공하고 재능을 기부 받는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고 있다. 부분임대 아파트를 대학생 주거와 연계한 방식은 전국 최초다.
30일 서울 마포구에 따르면 마포구 현석동의 래미안웰스트림은 부분임대 아파트 62가구 중 10가구를 대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래미안웰스트림은 현석 2구역을 재개발해 지난 1월 입주한 아파트다. 마포구가 재개발 조합에 부분 임대 아파트를 반영해 설계하도록 권고했다. 재개발조합과 시공사는 1주택 2가구 생활이 가능한 부분임대 아파트 62가구 중 10가구와 협약을 맺고 대학생 거주 공간으로 내놨다. 대학생 20명에게 2년간 거주 공간을 제공하면 조합과 시공사에서 대학생들이 내야 하는 월세 75만원을 소유주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입주한 대학생은 총 20명. 대학생들은 방값으로 매주 두 차례 단지 내 마을학교에서 입주민 자녀들에게 수학, 영어, 예체능 등 교과목을 가르친다. 단지 내 커뮤니티 센터에서 이뤄지는 마을학교에는 56명의 아이들이 참가해 수업을 듣고 있다.
주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주민 박경순(52)씨는 “대학생들의 주거난 해소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아파트 주민들은 사교육비도 절감하고, 안정적인 월세를 보장받을 수 있다”면서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좋은 점이 많아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포구는 앞으로 2년 동안 프로그램을 운영한 뒤 주민들과 협의해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강희천 마포구 주택과장은 “부분임대 아파트는 전세수요 및 신규 주택 수를 늘리 수 있어 최근 증가하는 추세”라며 “신규 정비사업 시행 때 부분 임대 아파트를 활용한 대학생 재능기부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라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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