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시 큰 나눔… “이웃 돕는 데는 우리가 최고”
#지난해 7월 경북 칠곡군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불우이웃을 위해 월급의 일정액을 기부하도록 개설한 ‘착한 일터’에 경북지역 23개 기초단체 최초로 가입했다. 칠곡군 전 부서와 군의회, 보건소 등 직속기관 및 사업소 직원을 합쳐 올해 6월 말까지 216명이 가입했다. 1인당 5,000~1만 원이라는 소액이지만 다 합하면 110만 원이 넘는다. 게다가 매달 가입 인원도 늘고 있어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사업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칠곡군 관계자는 “이렇게 조성한 기금은 지역내 저소득ㆍ취약계층의 주거안정과 생활환경개선 사업 등에 사용된다”며 “긴급 생계비나 의료비 지원 등 독거노인이나 저소득 장애인들에게 단비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아프리카 북동부의 최빈국인 에티오피아 디겔루나 티조의 ‘칠곡평화마을’에서 초등학교 준공식이 열렸다. 칠곡군이 경북도교육청 함께 도내 159개 초중학교 교직원ㆍ학생들을 대상으로 1억2,000만 원을 모금한 돈으로 설립했다. 지난해 8월 이 마을과 결연한 칠곡군민들은 매달 1,260만 원의 성금도 보내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과 매년 3억 원을 들여 에티오피아에 새마을 시범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주민의식 개혁과 함께 식수 개발, 마을 안길 포장 등 환경 개선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인구 13만명의 작은 도시 경북 칠곡군이 대한민국 나눔 1번지로 부상하고 있다. 칠곡군은 한국전쟁 때 다부동전투와 낙동강 방어전투가 벌어진, 낙동강방어선의 최후 보루로 호국의 성지로도 불린다. 대구와 경북 구미시 사이에 위치해 농업과 공업이 혼재한 칠곡군은 이제 나눔이 대상을 해외로 돌려 물질과 재능을 기부하며 글로벌 나눔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직자들부터 나눔에 앞장… 자영업자 등 일반 군민들 동참
나눔운동의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7월부터 지역 공무원들이 중심이 돼 가입한 ‘착한 일터’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지역에서 공직자들은 아무래도 여론 주도층일 수밖에 없고, 공직자들이 먼저 따뜻한 나눔의 손길을 내밀면 그 온기가 주변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공직사회에서 먼저 지핀 나눔의 온기를 자영업자들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착한 가게에 6월말 현재 197개 업소가 가입했다. 경북 1위다. 한달 전 100호 점이 가입했고, 불과 한 달 만에 2배로 늘었다.
자원봉사는 칠곡군의 트레이트마크로 부상하고 있다. 칠곡군에 따르면 13만 명의 지역 주민 중 자원봉사 참여 주민은 2만 명에 이른다.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칠곡군호이장학회에 일반 주민들의 참여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까지 모인 기금만 70억 원을 넘는다.
이 같은 활동 덕분에 칠곡군은 자원봉사 우수 시ㆍ군으로 선정됐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10개 기초지방자치단체만 주는 희망복지지원단 운영부문 우수지자체에 이름을 올렸다. 포상금 1,000만 원이 나왔지만 이 돈도 곧바로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군 관계자는 “포상금 전액을 지역 내 저소득 주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면서 “앞으로도 희망복지지원단의 전문적 운영으로 위기가정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사랑 나눔 실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지원
군은 올해 초 자연 재해와 내전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에 나눔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백선기 군수, 장세학 군의회의장, 월드비전 관계자 등은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한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동남쪽으로 약 200㎞ 떨어진 디겔루나 티조를 방문, 현지의 열악한 상황 개선에 나섰다. 식수 및 농업용수 확보, 보건의료를 지원 등이 포함됐다. 물질적 지원뿐 아니라 새마을운동을 전수해 자립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취지에서 9월쯤 에티오피아 현지에 봉사단도 파견할 계획이다.
주한에티오피아 대사관 셀라마윗 다윗(34·여) 2등 참사관은 “군수가 직접 에티오피아를 방문한다는 소식에 매우 놀랐다”며 “한국전쟁 당시 우리 에티오피아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군은 6ㆍ25전쟁 당시 유엔군 일원으로 참전해 양구, 화천, 철원 지역 등에서 작전을 수행했고, 657명의 사상자를 냈다.
백 군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에피오피아가 단순히 가난한 나라가 아닌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로 기억해야 한다”면서 “결초보은의 정신을 실천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앞으로 꾸준한 지원도 약속했다.
재능기부 단체 ‘어름사니’ 출범
칠곡군은 보다 효율적인 재능기부활동을 위해 지난해 ‘어름사니’라는 재능기부단체를 발족시켰다. 남사당패에서 줄을 타는 줄꾼인 어름사니처럼 자신이 가진 재주를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지역의 재주꾼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칠곡군이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이 같은 단체를 결성한 것이다.
어름사니에는 지역 재주꾼 132명이 참여하고 있다.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성해 문화강좌의 강사, 전시회, 가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끼와 지식을 나누는 행복 충전소 역할을 하고 있다.
칠곡군은 어름사니가 앞으로 군민의 삶의 질을 높이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다 수준 높은 재능기부를 위해 재주꾼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지원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대다수 주민이 서로를 위한 배려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나눌 수 있는 것은 모두 나누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나눔도시로서, 나눔문화 확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칠곡=최홍국기자 hk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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