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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13점 중 4점만 위작으로 하자고 했다”

입력
2016.06.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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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 논란에 휩싸인 이우환 화백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작 판정을 받은 13점이 모두 자신의 작품"이라고 밝히고 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위작 논란에 휩싸인 이우환 화백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작 판정을 받은 13점이 모두 자신의 작품"이라고 밝히고 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다른 경찰과 변호사 내보낸 뒤

경찰 한 명이 요구했다고 밝혀

“경찰 위작 증거 믿을 수 없다”

작가 의견 배제한 수사 비판

“K옥션 낙찰작은 서명만 위조”

구체적 근거는 제시 못해

경찰 “소신대로 진술하라고

설득하기 위한 것” 해명

위작 논란에 휩싸인 이우환(80) 화백이 30일 경찰 수사 결과를 거듭 부정하며 “수사관이 4점만 위작으로 하자고 했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 화백은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 및 참고인 자격으로 그림 감정을 했을 당시 경찰이 위작 의혹을 받고 있는 작품 13점 중 4점에 대해서만 위작을 인정하라는 식으로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 화백은 경찰 한 명이 다른 경찰과 변호사를 모두 내보낸 뒤 “그러지 마시고 4점은 가짜라 하시고 다른 건 진짜라 하시지요”라고 요구했지만 자신은 “13점 모두 내 작품인데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이냐”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또 위작에 관여해 구속된 현모(66)씨가 13점 중 4점에 대한 위조 혐의를 시인한 데 대해서도 “과연 그 사람이 위조했다는 그림이 13점 중에 확실하게 포함돼 있는 것인지 믿을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제3자 의견만을 듣고 진위를 판단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위작 판정을 받은 13점 모두 자신만의 호흡, 리듬과 색채로 그린 진품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이 화백은 “위작자가 사용했다는 물감이 자신이 사용하는 색채 중 하나”라며 경찰의 위작 판정에 대해 반박하면서도 경찰이 위작의 근거로 제시했던 유리가루나 노후화 흔적 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1차 감정 직후 진위 여부를 밝히지 않은 것은 더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였으며, 2차 감정 전까지 도록 등을 확인하며 작품의 느낌과 인상을 정리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또 경찰이 압수한 K옥션 낙찰작에 대해서는 “사인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림은 본인이 그렸지만 작품 뒷면에 기재된 작가 서명은 자신의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1978, 79년에는 한 달에 30~40여 점 그릴 정도로 작품 활동이 활발해 다 기억할 수 없다”며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생존작가가 있는 상황에서 작가의 의견을 배제한 채 진행된 경찰 수사에 대해 그는 “매우 위험하고 치명적”이라고 비판하며 그로 인해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미지 훼손과 프라이버시 침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위조범들이 제작을 시인한 4개 작품만이라도 가짜로 인정하라고 했다는 이 화백 주장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담당 수사관과 이 화백 단 둘이 남아 대화를 나눈 적은 있으나 당시 수사관은 ‘작가의 권위 때문에 그렇게 (진품이라고) 말씀하시는 대신 본인 소신대로 감정을 해달라’고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화백의 발언이 사실과 다른 만큼 대리인인 최순용 변호사를 통해 공식 항의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날 이우환 가짜 그림을 직접 그린 위조화가 이모(39)씨를 체포하고 위작 유통총책 이모(68)씨에 대해 사서명 위조 및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유통총책 이씨는 2012년 2월부터 이씨와 위조총책 현씨에게 위조를 지시하고 이들이 위조한 그림 중 경찰에 압수된 위작 4점을 유통해 15억 7,000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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