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수만에 불계승
30일 오후 독도 상공은 바둑돌을 놓는 맑은 소리로 가득 찼다. 독도 동도 선착장 왼편 가장자리에 카메라를 맨 취재진들이 담처럼 빼곡히 대국장을 둘러싸고 있었지만 말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 너머 바다 맞닿는 자리에서 조금 특별한 대국이 이뤄지고 있었다. 알파고와의 대결로 세계적 화제가 된 이세돌 프로9단과 가수 김장훈(아마 6단)씨가 여성 기사들과 짝을 이뤄 뜨거운 햇볕을 맞으며 바둑을 두고 있다. 이세돌바둑연구소 소속 8~13세 원생 10명의 대국도 동시에 펼쳐졌다.
‘제1회 독도나눔배 특별대국’이 30일 낮 12시~1시30분 독도 동도 선착장에서 펼쳐졌다. 이날 행사는 김장훈씨가 먼저 경상북도와 이세돌씨에게 제안해 경북도와 울릉군의 후원으로 열렸다. 두 사람의 실력 차이를 감안해 김씨는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페어바둑 금메달리스트인 이슬아 프로4단과, 이세돌씨는 장혜연 바둑캐스터와 한 팀을 이뤄 페어바둑을 뒀다. 페어바둑은 한 팀 당 1명씩 번갈아 바둑을 두는 방식으로 같은 팀끼리도 훈수는 둘 수 없다.
경기 우승자는 500만원 준우승자는 1,000만원을 내 놓아 향후 후원금과 합해 기부할 계획이다. 이세돌씨는 “이번 대국의 의미는 ‘나눔’이다”며 “바둑은 원래 승자만 있고 패자는 없는 것인데 경쟁이 심해지면서 오히려 패자만 있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번 대국을 통해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바둑을 알리고 싶다”고 경기 전 포부를 밝혔다.
김장훈씨는 ‘왜 독도냐’는 질문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름다운 섬이기 때문”이라며 간단한 답을 내 놓았다. 김씨는 “독도가 우리땅이라든가 하는 말을 할 때는 지났다고 본다. 사람들이 날 독도지킴이라고 부르는데 난 지킬 생각이 없다”며 “독도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섬이자 관광지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 수 있도록 재미난 이벤트를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는 202수 만에 이세돌팀이 불계승을 거뒀다. 독도 선착장에서 진행된 시상식에는 2015 미스독도 김희란, 2016 미스독도 백선현 씨가 시상자로 참여했다. 이세돌씨는 “장소(독도)를 잊을 만큼 재미난 대국이었다”며 “한 수마다 승패가 바뀌는 빅뱅이었다. 다시 또 이런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오겠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한편 김장훈씨는 앞으로 제2, 3회 독도나눔배 대국은 물론 독도배 족구대회 등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3년 전 독도로 본적을 이전한 김씨는 전국투어의 일환으로 독도에서 공연하는 등 독도사랑에 앞장서고 있다.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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