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차 유럽과 미국을 오가는 경우 일정 조정을 할 때 사용하기 곤란한 단어가 있다. 바로 Schedule이다. 미국에서는 ‘스케줄’로 발음하는데 영국에서는 아직도 ‘쉐줄’로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발음 이치를 따진다면 ‘스케줄’이 더 타당하게 들린다. Sch-가 앞 부분에 위치한 단어들을 보면 school, scheme, schism, scoop 등 모두 ‘sk-’ 발음을 하기 때문에 schedule도 ‘스케줄’이 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발음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sch-(스크)가 sh-(쉬)발음을 따르는 이유는 1300년대 프랑스어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의 프랑스어에는 sedule이나 cedule 표기가 있었고 두 가지 모두 sed-의 발음을 했다. 지금도 프랑스에서는 ‘쎄줄’로 하고 있으며 다른 유럽어를 보면 Spanish의 cedula는 물론이고 Dutch의 cedel, Swedish의 cedel, Danish의 seddel, Italian의 cedola 모두 ‘세-’ 발성을 한다.
Schedule의 발음에는 왜 두 가지가 존재하고 지금에 와서 영국과 미국은 물론이고 사람들은 두 가지 발음의 선호도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것일까? 프랑스어 발음을 참고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프랑스어는 사실 그 뿌리가 Latin어에 있다. 라틴어에서 sce-, sche-부분은 ‘sk-’식 발음을 따랐는데 프랑스어로 받아들여질 때 k발음이 빠지고 sh-발음이 된 것이 그 유래다.
그런데 16세기 당시 영어를 사용하던 사람들은 유식해 보여야 한다는 이유로 Latin 발음 체계를 따르고자 했다. 미국 영어 Webster사전의 편찬자 Noah Webster는 미국만의 영어를 고집스럽게 주장했고 자부심도 대단했는데 철자나 발음 모두 영국을 따르기보다는 Greek의 어원에 충실했다. 그래서 라틴어 자체의 발음도 ‘스케줄라’가 됐고 이는 오늘날의 미국 발음과 가장 가깝다. 만약 Greek 조상들이나 Latin 조상들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영국 미국 두 가지 발음을 듣는다면 미국 발음은 칭찬하는 반면 영국 발음은 ‘족보에도 없는’ 발음이라고 격노할 지도 모른다.
캐나다에서는 두 가지 발음을 모두 사용하긴 한다. 하지만 실제 여론 조사를 하면 미국식의 ‘스케줄’이 영국식의 ‘쉐쥴’보다 많이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몇몇 캐나다인은 tomato는 미국인 발음처럼 ‘토메이토우’로 하면서 schedule은 영국식의 ‘쉐줄’로 한다는 것이다. 남아공은 영국식 영어를 표준으로 하지만, 미국식 발음 ‘스케줄’을 더 많이 사용하고, 기타 다른 나라에서도 ‘스케줄’이 많이 쓰인다. 영국 내에서도 발음이 나뉜다. 영국의 북동지역은 미국처럼 ‘스케줄’로 발음하지만, 도시에서는 ‘쉐줄’로 한다.
서로 자기네 발음이 표준이고 옳다고 주장하지만 언어에서 완벽은 존재치 않고 표준은 더더욱 없다. 어느 쪽 발음을 하느냐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미국 영어를 쓰는 한국 입장에서는 ‘스케줄’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쉬울 테고 이 단어로 인해 대화에서 소통의 문제가 생기는 일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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