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장은 인산인해 매출은 하락… “주 고객층 달라 영업 도움 안돼”
일부 점포 임대료 인상요구 조짐
주차ㆍ영업시간 등 문제 잇따라 노출
6월 3일 개장한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이 한 달이 다 된 가운데 야시장과 기존 상인들간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야시장 판매대는 하루 수백 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황이지만, 기존 상가는 임대료 인상 요구만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서문시장 야시장은 개장 직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하루 저녁에 수만 명의 인파가 찾고 있다. 일부 판매대 앞에는 수십m나 되는 줄이 늘어설 정도다. 대구시는 저녁을 깨우면 기존 상가도 자연스레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매출이 늘기는커녕 되레 준 곳도 많고, 주차 등 불편함만 늘었다. 임대료 인상요구까지 있어 야시장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밀려드는 사람들을 보면 속만 상한다.
서문시장 기존 상인들에 따르면 일부 점포 주인들이 야시장 개장 이후 임대료 인상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2지구, 4지구 두 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55)씨는 “얼마 전 야시장 등으로 손님도 늘었을 테니 임대료를 30% 정도 올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주인에게 들었다”며 “외지에 사는 상가주인들은 언론을 통해 서문시장에 사람이 몰린다는 내용만 접해 막연히 장사가 더 잘될 것이라 생각하고 이러는 거 같다”고 한숨지었다. 또 2지구에서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B(40)씨는 “우리는 아직 이야기가 없지만 주변에서 2, 3 곳 정도 임대료 인상 요구를 받았다고 전해 들었다”며 “아무리 주인이라도 야시장 이후 매출이 반 토막 난 곳도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억지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2지구에서 남성의류를 판매하는 C(29)씨는 “다들 속만 끓이고 있지만 매출이 떨어진 상황에서 야시장 덕분에 사람이 몰린다고 세를 올리자고 하면 정말 ‘민란’이라도 일어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30년 가까이 장사했다는 D(53)씨는 “서문시장에 진입하려는 상인들이 많아 점포 재계약 시즌이 돌아오면 많은 곳에서 임대료 인상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걱정했다. 하지만 서문시장은 지구별로 업종이 정해져 있어 현대백화점 주변처럼 대형커피숍 등이 침투해 기존 상가를 몰아내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기존 상가의 매출변화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야시장과 상가 영업 시간이 서로 다른데다 고객층이 확연히 갈리기 때문이다.
기존 상가가 오후 6시30분~7시에 철시하면 야시장은 오후 7시30분부터 자정까지 운영한다. 야시장을 둘러보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쇼핑을 하려 해도 문을 연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개장 초기 3일간 오후 9시까지 연장영업을 했지만 대부분 포기했다. 추가 인건비 등 연장개장 비용 상승에 비해 매출증대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야시장 개장으로 인한 차량통제와 주차시간 제한으로 오후 장사를 되레 망친다는 주장도 많다. 오후 6시부터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7시30분부터 주차빌딩을 폐쇄하기 때문에 늦게 장보러 오는 사람들이 흥정을 하다가 차를 빼러 뛰쳐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동산상가 2층에서 영업중인 한 상인은 “폐장에 임박해 들어온 손님들 중에는 주차장 폐쇄 방송을 듣고 중간에 나가기 일쑤”라며 “야시장 개장 후 상가 운영시간도 연장된 줄 알고 왔다가 허탕치고 가는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대구시와 서문시장상가연합회는 일단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류성재 서문시장상가연합회 부회장은 “최근 몇 주간 전국 시장들을 다녀보니 어디서나 서문시장이 화제였고, 브랜드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기존 상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야시장과 상생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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