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선장ㆍ기관장 살인 혐의
베트남 선원 2명 국내 압송
원양어선 광현803호(138톤ㆍ사진)에서 한국 선원 2명을 살해한 피의자인 베트남 선원 2명이 사건 발생 10일만에 통해 국내로 압송됐다. 이들은 현지수사팀 5명과 함께 이날 오후 2시 10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곧장 부산해양경비안전서로 호송됐다.
이들이 압송됨에 따라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밀폐된 공간(어선)에서 벌어져 베일에 가려졌던 선상 살인 사건의 범행동기를 비롯, 사건 당일의 상황, 공모여부 등이 드러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사건의 최대의 관심사는 피의자들의 범행 동기다. 이들은 당초 양주를 나눠 마신 뒤 만취 상태에서 한국인 선장 양모(43)씨와 기관장 강모(42)씨를 흉기를 찔러 숨지게 한 일련의 과정이 우발적이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부산해경 관계자는 “현지수사 결과 현장과 시신상태가 아주 참혹했다”며 “조타실 등에 흩뿌려진 혈흔과 시신을 수 차례 흉기로 찌른 흔적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우발적인 살인이 아니라 원한에 의한 살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해경은 살해 동기에 대해 어획량 독촉이나 비인격적 대우가 있었는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피의자들은 숨진 기관장과 1년 이상, 선장과는 2개월 가량 함께 지냈다. 선장과 지낸 기간이 짧은 이유는 선사인 광동해운이 지난 4월 조업부진을 이유로 양씨를 선장으로 교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획실적은 이후에도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 관계자는 “어로 책임을 지는 선장과 기관장이 조업과정에서 이들에게 비인격적인 대우를 하거나 폭행 폭언을 했는지 여부도 수사 대상”이라고 전했다.
살인 사건이 나던 당일 광현호에서 선원들의 회식 당시 양주를 마신 것으로 드러났고, 이후 선장 양씨가 피의자 2명을 조타실로 부른 뒤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당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가 이번 사건의 배경을 알 수 있는 열쇠로 보인다.
해경은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들을 제압한 한국인 생존 항해사 이모(50)씨와 사건을 목격하고 신고한 베트남·인도네시아 선원 3명 등 나머지 선원들의 행적을 조사해 공범이나 사건의 묵인ㆍ방조 여부도 조사키로 했다. 이들은 이날 현지수사팀과 함께 참고인 신분으로 입국했다.
해경은 사건 발생 이후 가까운 육지인 세이셸에 정박하기 까지 4일간 피의자가 동료 선원들간 말 맞추기가 있었는지 등을 피의자ㆍ참고인 대질심문을 통해 가려낼 계획이다.
한편 숨진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의 시신은 방부처리 및 행정처리 등 운구절차가 진행 중이며 정확한 입국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오상권 부산해경 서장은 “해경이 국외에 있는 우리 선박에서 발생한 범죄 피의자 신병을 직접 확보해 호송한 첫 사례인 만큼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살해 경위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은 다음 달 1일 부산지법에서 진행된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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