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중에는 애연가가 많다. 세상 사람들이 흡연가에게 눈총을 쏘고, 가축우리 같은 끽연실에 몰아넣어 담배를 피우게 해도, 그들은 금연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들의 손가락 사이에서 담배를 뽑아버리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가끔 그들끼리 똘똘 뭉칠 때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만 따돌림을 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기분은 오히려 그들이 더 자주 느낄 터. 어제는 그 중 한 친구의 심각한 숨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양쪽에서 휠체어를 밀며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기관지 계통의 병을 달고 산 내 숨소리가 아닌 옆 친구의 숨소리가 언덕 초입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저러다 고꾸라지는 거 아니야?’ 하던 나는 불안감을 견디지 못해 한마디 하고 말았다. “숨소리 한 번 심각하시네!” 휠체어에 앉은 사람도 머리맡에서 들리는 심각한 숨소리에 신경을 썼는지 오버해 웃었다. 헤어진 뒤에도 그의 숨소리가 내 귓전을 어지럽혔다. 무엇보다도 그의 건강이 걱정스럽다. 금연을 권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내 머릿속에는 여러 말들이 떠올랐다 포말처럼 꺼졌다. “하루에 한 개피씩만 줄여 피워봐” “혼자서 안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보험부터 하나 들어!” 그 중 어느 말도 흡연만큼의 위로를 그에게 줄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좀더 건강하게, 좀더 오래, 잘 살고 싶다는 의욕을 갖도록 그에게도 신나는 일이 좀 생겼으면 좋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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