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규 주일 한국대사 내정자가 29일 “금년 하반기에 일본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으로, 이때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게 된다”며 박 대통령의 미공개 일정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준규 내정자는 이날 서울 연세대동문회관에서 열린 아태정책연구원 주회 외교안보정책포럼에서 “(박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면) 한일 양국의 관계증진을 위해 매우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주리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의 방일 자체를 좋은 기회로 삼아 한일관계의 개선 내지 발전에 획기적인 계기가 되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관련국 간 최종 합의가 되지 않은 사항을 공개 석상에서 일방적으로 밝힌 것은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 간 회담 일정은 관계국들이 약속한 날짜에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 외교 관례이다. 더구나 아직 공식 부임하지도 않은 이 내정자의 이날 발언은 중국 입장에서 불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중일 3국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올해부터 일본을 시작으로 3국 정상회담을 정례화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악화된 중일 관계가 회복되지 못하며 올해 3국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구체적 계획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특히 중국 정부는 지난해 이어 올해 3국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한국과 일본 양국에 전달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지난해 3국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한만큼 계속해서 추진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중국측과 구체적으로 합의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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