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비정규직 불참 효과 미미
정부는 파업시 지원 중단 압박
노동계 내부서도 “현실 무시” 비판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28일 파업을 가결하는 등 구조조정에 맞서는 조선업 노조들의 쟁의 움직임이 차츰 현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파업 합법성 확보 어려움, 고용노동부의 압박에 더해 정규직 노동자들만 참여하는 파업의 한계 등 노조의 고민은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노동계 내부에서도 ‘한계에 직면한 조선업 현실을 무시한 무조건적 파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노조의 고민이 깊어지게 생겼다.
29일 고용부에 따르면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2일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쟁의조정 신청에 “자구계획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의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 조정대상이 아니다”라며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앞서 14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가결된 대우조선 노조의 파업 신청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 노조는 합법적 파업을 위해선 쟁의조정을 재신청해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노조 측은 일단 “불법이든 아니든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총력 투쟁을 펼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첫 걸음부터 막힌 셈이다.
노조가 파업을 강행한다 해도 효과는 미지수라는 점도 문제다. 노조 내부에서도 비정규직 수가 월등히 많은 조선업 특성상 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사측에 별다른 압박을 줄 수 없을 것이란 회의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4년과 지난해 부분파업을 벌인 현대중공업의 경우 파업으로 인한 매출손실액은 연 매출의 0.03%수준에 그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연 매출은 2014년 52조원, 지난해 46조원이었지만 파업 기간 매출손실액은 각각 158억원, 106억원에 불과했던 것.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그나마 정규직 비율이 30~40%로 유지되는 사업장”이라며 “정규직 비율이 25% 수준인 다른 조선소의 경우 정규직 중심의 파업 파괴력은 훨씬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조선업종에 당근으로 제시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방침 역시 노조가 파업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30일 고용정책심의회를 거쳐 조선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지정되면 정부는 고용보험기금에서 4,700억원을 투입해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이 같은 지원을 전면 중단할 수도 있다”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조선 노조들이 파업 카드를 쉽게 꺼내 들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일부 현장 노동자들 역시 현실을 무시한 채 관성적으로 파업부터 추진 중인 노조의 대응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우조선에서 일하는 박모(48)씨는 “노조가 유일하게 쓸 수 있는 카드가 파업 등 쟁의행위인 만큼 사측과 정부도 고통을 분담하라는 의미에서 파업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면서도 “쟁의행위에 찬성표를 던지긴 했지만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현실에서 파업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관계자도 “비정규직 없이는 배를 못 만들지만, 정규직 없이는 배를 만들 수 있다”며 “비정규직이 배제된 현재의 투쟁방식은 실효성도 적고 파업권의 근본 취지와도 맞지 않아 일선 노조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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