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학교전담 경찰관(SPO)이 선도 대상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의 파장이 크다. 학생들을 학교폭력으로부터 보호하라고 배치한 경찰관들이 오히려 학생들을 성범죄 대상으로 만든 사건의 충격은 말할 것도 없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경찰의 부적절한 대처와 끝없는 거짓말 행진이다. 해당 경찰서는 물론 부산경찰청, 심지어 경찰청 본청까지도 조직적 은폐와 축소 의혹을 씻지 못하고 있다. 경찰 말단부터 최상층부까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마당에 사건의 진상 조사를 경찰이 맡아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이번 사건은 학교전담 경찰관과 성관계를 가진 여고생의 자살 시도를 안 청소년아동보호기관이 지난달 초 경찰에 신고하면서 불거졌다. 해당 경찰서는 신고를 받고 징계하기는커녕아무런 진상 파악조차 하지 않은 채 개인적 사유로 사표를 받는 것으로 무마했다. 문제의 경찰관은 뻔뻔하게 퇴직금까지 챙겨갔다. 상급 기관인 부산경찰청은 같은 날 청소년보호기관으로부터 동일한 신고를 받고도 상부 보고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해당 경찰서에 통보만 했다. 그러고도 나중에 문제가 되자 “전혀 몰랐다”고 발뺌했다.
경찰청의 대응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경찰청 감사관실은 이달 초 정보를 입수하고 부산경찰청에서 사실을 확인하고도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고소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알려달라”고 사건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 성관계 대가로 돈을 줬거나 학생을 성폭행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의 은폐 시도다.
이번 사건이 뒤늦게나마 알려진 것 또한 경찰 스스로의 공개가 아니라 전직 경찰 간부가 페이스북에 관련 내용을 폭로한 결과였다. 지금까지의 경찰 행태로 보아 만약 이 고발이 없었다면 끝까지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을 개연성이 크다. 경찰이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한달 뒤에 발생한 또 다른 학교전담경찰관의 여고생 성관계 사건은 차단할 수 있었으리라는 점에서 경찰청과 부산경찰청의 책임은 무겁다.
경찰은 그 동안 학교전담 경찰관이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자랑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얼마나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학교전담경찰관에 대한 전면적 실태 조사를 거쳐 제도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이 어느 단계에서 보고되지 않고 은폐 시도가 이뤄졌는지도 철저히 밝혀 관련자를 문책해야 한다. 사직 경찰관들에게 여죄는 없는지도 재조사해 형사 처벌을 적극 검토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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