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 분통 터뜨리며
“유로화 거래 청산 기능
런던, 앞으로 수행 못할 것”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과의 만찬석상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EU의 이민정책 실패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향후 영국의 난민 통제권 강화를 주장했다. 외신들은 일제히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를 지렛대 삼아 이민자 유입을 자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통제권을 얻어내고, 이어 EU 단일시장 접근권도 따내려는 이른바 ‘과실 챙기기’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국민투표 결과 EU탈퇴로 민의가 모인 가장 큰 원인은 EU의 이민정책 실패에 있다”며 “대량 이민과 자유로운 통행에 대한 우려가 브렉시트의 동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EU 회원국 간 자유통행 문제는 탈퇴 협상에서 해결돼야 할 것”이라며 “영국과 EU가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최대한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향후 탈퇴 협상에서 난민 유입 통제권과 함께 EU회원국으로 누렸던 통상 지위를 모두 챙기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캐머런 총리의 입장은 앞서 EU의 미래를 짊어진 독일과 프랑스의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은 앞으로 EU와의 관계에서 ‘과실 챙기기(Cherry picking)’에 나설 수 없다”고 한 경고한 바 있다.
이에 영국 정부의 뻔한 속셈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머런 총리의 발언은 만일 EU가 영국에 이민자 통제권을 부여했다면 브렉시트를 피할 수 있었다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며 “브렉시트와 이민통제권을 연관 지어 영국의 상황을 설명한 점은 이후 영국과 EU 간 이뤄질 탈퇴 협상이 험로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게 한다”고 보도했다.
EU 분열의 사실상 장본인인 캐머런 총리가 본심을 드러내자 곧바로 회원국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올랑드 대통령이 가장 먼저 분통을 터트렸다. 29일 FT에 따르면 올랑드 대통령은 EU정상회의 현장에서 “런던은 앞으로 유로화 거래 청산(Clearing)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런던 금융가인 ‘더 시티(The City of London)’의 유로화 청산 권리를 빼앗겠다는 것으로 금융 허브 런던의 위상에 적잖은 충격을 줄 전망이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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