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등 수평적 호칭 이미 도입
적응 못한 KT는 2년만에 폐지
“상사의 젊은 사고가 중요” 지적
삼성전자가 ‘과장’과 ‘부장’ 등 직급을 없애고 임직원 간 공통 호칭으로 ‘님’을 사용하는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함에 따라 새 제도가 과연 안착할 수 있을 지가 관심사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직급 대신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호칭을 가장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 곳은 CJ다. 2000년 전 계열사에 ‘님’ 호칭을 도입, 벌써 16년째 서로를 ‘홍길동님’ 식으로 부르는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도 2006년부터 팀장-팀원 체계에 따라 팀원끼리는 연차에 상관 없이 모두 ‘매니저’라는 호칭을 쓰고 있다. 승진과 급여 산정 등에는 B2(사원), B3(대리급), B4(과장급), A(차장ㆍ부장급) 등 4단계의 보이지 않는 자체 기준이 적용된다. SK텔레콤은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난해부터 조직 별로 예산 편성부터 채용, 호칭까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발조직에서는 ‘님’ 호칭을, 서비스 기획 및 운영지원 조직에서는 ‘매니저’ 호칭을 쓴다.
카카오는 서로 영어 이름 등을 부르고 있다.
그러나 수평적 호칭을 폐지한 곳도 있다. KT는 2012년 ‘매니저’ 호칭을 도입했다 2014년 황창규 회장 취임 뒤 직급제로 다시 돌아갔다. KT 관계자는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직급제를 되살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KT의 회사 규모(직원 2만3,000여명)가 SK텔레콤(4,200여명)보다 훨씬 커 새 제도의 확산 속도가 더뎠고 연공 서열을 중시하는 문화가 여전히 짙게 남아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직원 수만 10만여명에 이르는 삼성전자 역시 단기간에 새 인사제도가 뿌리를 내리긴 힘들 것이란 시각도 없잖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통제하려는 심리가 작용하는 만큼 상사가 스스로 젊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려는 노력을 동반해야 직원들도 체감하는 기업문화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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