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병기ㆍ업종별 차등 이견 커
시한 마지막 날에야 액수 논의
내달 공익위원안 표결로 정할 듯
내년 최저임금 액수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올해도 또 다시 법정시한을 넘겼다. 특히 올해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주요 정당이 모두 최저임금을 현행 6,030원에서 9,000~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거는 등 ‘최저임금 현실화’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던 만큼 협상 파행에 따른 실망감 역시 증폭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7차 전원회의를 열고 2017년 최저임금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회의를 마쳤다. 경영계 대표 위원들은 최저임금을 내년에도 6,030원으로 동결하자고 주장한 반면 노동계는 시급을 1만원(월급 환산 시 209만원ㆍ월 209시간 기준)까지 인상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최임위는 고용부 장관의 최저임금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인 이날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심의ㆍ의결해야 했지만 양측 제시안의 격차가 커 결국 최저임금 합의는 법정시한을 넘기게 됐다. 최저임금제도가 본격 시행된 1989년 이후 법정시한 내에 노사 양측의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사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최저임금이 어느 정도는 현실화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간 최저임금 인상에 소극적이었던 새누리당이 20대 국회 임기 중 최저임금을 7,000~9,00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총선 공약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지난해부터 각각 2020년과 2019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해왔다. 국민의당 역시 총선을 일주일여 앞둔 시점에서 1만원 공약에 합류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최임위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대립이라는 예년의 지지부진했던 논의 행태가 재연됐다.
월급ㆍ시급 병기, 업종별 차등 적용이란 두 가지 해묵은 쟁점이 발목을 잡았다. 노동계는 “노동자들이 주휴수당(유급휴일 수당)을 몰라 임금을 덜 받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정하고 시급을 병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노사 간 합의된 월 소정근로시간(209시간)이 안 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은 만큼 전일제 노동자를 전제로 최저임금을 정하면 현장에서 혼란이 벌어진다”며 반대했다.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도 “업종별로 지급 능력이 다른 만큼 경영 상황이 안 좋은 PC방, 택시, 편의점 등 6개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경영계), “업종별 차등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최저임금제 취지에 맞지 않다”(노동계) 등으로 맞섰다.
특히 올해 협상에서는 경영계 대표위원들이 “두 가지 쟁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내년 최저임금 제시안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버텨 5차 회의까지 최초 제시안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27일 6차 회의에서 두 쟁점을 표결에 붙여 ▦시급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되 월 환산액을 병기하고 ▦업종별 구분 없이 최저임금을 정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액수 논의가 법정시한 마지막 날인 28일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이날 전원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노동자 대표 측은 양쪽 제시안에 대해 토론을 하자는 입장이었던 반면 경영계 측은 곧바로 수정안을 제시하자는 입장이었다”며 “이날을 넘기면 자동 유회가 되므로 오후11시55분 토론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차기회의는 다음달 4일 재개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현실화 공약을 제기했던 여당과 정치권은 아무런 거중 조정 역할을 못했고, 정부 역시 뒷짐을 지면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대립은 방치됐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들의 기대가 컸음에도 노사 교섭에만 의지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현행 제도 탓에 또 다시 법정시한을 넘기게 됐다”며 “국민들의 소득수준 개선을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최저임금 논의를 국회에서 하도록 법률을 개정하는 등 정치권이 나서 속도감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