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숙ㆍ김수민 처분’ 결정까지]
검찰 수사에 지도부 밤샘 촉각
안철수ㆍ박지원 강경론 폈지만
“꼬리자르기 행태로 비춰지면…”
신중론에 무게 실리며 제동
4ㆍ13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를 주도한 혐의로 왕주현 사무부총장의 구속이 결정된 28일 새벽부터 국민의당은 준 전시상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운 지도부는 사실상 뜬 눈으로 밤을 지샜고, 새벽부터 긴급 최고위를 부랴부랴 소집하며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 등은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며 김수민, 박선숙 의원에 대한 출당 카드를 선제적으로 꺼내 강경론으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 차원의 선제적 조치는 시기상조”라는 신중론이 대두하면서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싱겁게 끝났다.
왕 사무부총장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지 5시간 만인 오전 6시, 국민의당 지도부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최고위를 열었다. 안철수ㆍ천정배 상임 공동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김성식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1시간가량 이어진 회의에서 안 대표와 박 원내대표 등은 출당 및 제명 등 정치적 결정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강경론의 선봉에 섰다. 그러나 천정배 공동대표를 비롯한 나머지 지도부 구성원들이 “출당이 수습책이 될 수 없다”며 당헌당규에 따라 기소 시 당원권을 정지하자는 원칙론으로 맞섰다.
8시 30분부터 열린 오전 의원총회에서도 신중론에 무게가 실렸다. 안 대표를 비롯한 당의 대주주들이 극약처방을 내밀었지만, 의원들은 도리어 냉정을 찾자며 톤 다운에 나선 것이다. 일부 호남 출신 의원들이 출당과 함께 의원직 사퇴 권고 등을 제시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를 일단 지켜보자”는 기류가 더 우세했다. 이들은 국민의당 당헌당규가 다른 당보다 훨씬 엄격하다는 점, 출당 조치가 자칫 ‘꼬리자르기’ 행태로 비쳐져 정치적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점 등을 신중론의 근거로 들었다.
안철수 대표 사퇴 등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왔지만, 아주 소수에 그쳤고 그나마도 “적절치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당장 지도부 흔들기에 나서봤자, 마땅한 대안세력이 없다는 현실적 고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경론에서 신중론으로 기류가 급 반전되면서 사실상 오후 재개된 의총은 맥 빠진 채 진행되다 1시간 만에 끝났다. 안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서도 출당 및 제명 등 정치적 조치의 필요성을 재차 거론했다. 또 자신이 이 모든 사태에 책임지겠다고 정면돌파를 강조했지만 의원들이 “당 수습이 먼저다”며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무관용ㆍ엄정대처로 이번 위기를 넘겠다는 안 공동대표의 비장한 현실 인식에도 불구하고 당 차원에서 어떤 결과물도 내놓지 못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국민의 싸늘한 시선을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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