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이래 이듬해 최저임금을 정하는 협상이 매끄러웠던 적은 거의 없다. 올해도 노사 대립 속에 법정시한이 되도록 난항을 겪었다. 미국 영국 일본 러시아 등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데다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해지고, 4ㆍ13 총선 당시 여야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약속해서인지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사용자 측은 한 푼도 올릴 수 없다며 6,030원 동결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알바 노조는 “사용자 측이 10년 연속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와 영세기업이 특히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은 자영업자가 555만 명 정도 되며 자영업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6위에 오를 정도로 높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상 자영업자의 45%가 월 평균 수입이 100만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니 자영업자의 벌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자영업자의 70% 정도가 종업원을 두지 못하는 것도 수입이 적기 때문이다. 나머지 30%라고 많이 버는 것은 아니다.
▦ 최저임금이 오르면 자영업자의 부담이 느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더 큰 부담은 따로 있다. 자영업을 시작할 때 내는 권리금,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 프랜차이즈 본사에 내는 각종 비용 등이 그것이다. 대기업이 근처에 대형 마트를 열고 식품 회사가 빵집 같은 자영업 분야를 침범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오가며 만난 자영업자들로부터 장사해서 건물 주인만 좋은 일 시킨다는 자조적인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가 느끼는 박탈감이나 분노는 생각보다 클 수밖에 없다.
▦ 그러니 자영업자를 방패 삼아 최저임금 인상을 막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진정 자영업자를 위한다면 대기업의 골목 상권 침범, 건물주의 과다한 임대료 같은 문제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자영업자 중 상당수는 당장의 임금 증가를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나 임금을 더 주고 싶다는 자영업자도 의외로 많다. 죽어라 일해도 돈벌이가 시원찮은 현실을 경험하면서 종업원의 어려운 처지를 공감하게 된 때문이라고 한다. 젊은이들은 법정 시한인 28일에도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며 단식을 했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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