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ㆍ휴일 약사와 화상상담 거쳐야
의료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반발
약국 앞 의약품 자동판매기 설치를 허용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약사 단체를 비롯한 의료계는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을 이유로 강력 반발해 입법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가 28일 입법예고한 약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약사는 자신이 개설한 약국에 화상 통신기기가 장착된 의약품 판매기를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약사는 약국에서만 의약품을 판매하도록 규정한 이른바 대면판매 규정(제50조)에 예외조항을 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약국 문을 닫은 심야 시간이나 휴일에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에 한해 환자는 화상으로 약사와 상담하고 복약 지도를 받은 뒤 약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법안은 ▦판매기에 환자가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두지 말 것 ▦의약품 판매 과정을 녹화해 6개월 간 보관할 것 ▦판매기에 보관된 약품의 변질ㆍ오염이 없도록 관리할 것 등을 규정했다.
이번 약사법 개정 추진은 지난달 산ㆍ학ㆍ연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국무총리실 산하 신산업투자위원회의 규제개혁 건의가 반영된 것이다. 복지부는 입법예고 기간인 8월 26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법안 통과를 위한 국회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의료계는 의약품 자동판매기 도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면판매 원칙을 크게 훼손하려는 시도로, 의약품 오남용 및 약화사고를 초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입법 저지에 나설 뜻을 밝혔다. 약사회는 “이미 편의점을 통한 의약품 판매를 허용했던 정부가 거대 자본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의 제약업계 편들기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논리로 법안 개정에 반대하고 있어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개정법안 상 판매기 설치 여부는 온전히 약사의 뜻에 달려 있다”며 “현행법상 의료인과 의약품 공급자 간 리베이트 수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만큼, 제약회사가 일선 약국을 상대로 자판기 대량 보급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지나친 걱정”이라고 해명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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