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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격발한 것은 정치 불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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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격발한 것은 정치 불신이었다”

입력
2016.06.2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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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 일각에서 요구하는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관련 재투표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 일각에서 요구하는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관련 재투표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세계화가 더 나은 삶 보장”

사탕발림성 발언 허상으로

국민 불만 봇물에도 번번이 외면

WP “국민ㆍ정치의 명백한 단절”

英 정계 리더십 공백으로 비화

佛ㆍ브라질 등 혼란 확산 가능성

영국인들이 브렉시트를 선택한 데는 일자리 감소와 빈부격차 등의 경제적 이유보다는 수십 년간 누적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기존 주류 정치인들이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더 나은 삶을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하며 유럽연합(EU) 통합과 개방의 역사를 이끌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브렉시트를 통해 이들의 정치적 리더십에 깊은 의구심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이는 비단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 현상으로 전체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영국 에섹스 대학의 엔서니 킹 정치학 교수는 27일(현지시간) “브렉시트를 촉발한 근본 원인에는 국민들이 기존 정치인들을 믿어서는 더 이상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정치적 신뢰의 붕괴가 자리잡고 있다”며 “대중의 인식이 회의적으로 변했는데도 기존 주류 정치인들은 낡은 주장과 파벌 다툼을 고수하면서 정치 지도자들과 일반 국민 간에 ‘명백한 단절’(palpable disconnection)이 발생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지적했다.

실제 영국 내에서 이주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EU가 지난해 난민 강제할당 정책을 추진하는 등 EU 조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요구는 정치인들에 의해 번번이 무시돼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존 정치인들이 장악한 의회의 대의제 민주주의에 한계를 느낀 영국 국민들이 국민투표라는 직접 민주주의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 사실상 정치개혁을 벌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브렉시트 이후 영국 주류 정치인들을 향한 철퇴는 예고됐던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브렉시트 반대 진영을 이끈 집권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사의를 표명했고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도 사퇴 위기에 처했다. 또한 브렉시트를 찬성했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지만 보수당 내에서조차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는 전세계 민주주의의 위기를 나타내는 상징적 사건일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당장 영국 정치권은 지도부의 공백 상태로 혼란에 빠졌다. 엘러스테어 달링 전 영국 재무장관은 27일 BBC방송에 “정부도 없고 야당도 없다”며 “브렉시트 이후 미래에 대한 계획도 전혀 없다”고 우려했다.

영국의 혼란상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프랑스와 벨기에, 스페인, 브라질 등 세계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프랑스와 벨기에서는 극우 정당이, 스페인에서는 극좌 정당이 부상하고 있으며 경제위기에 처한 브라질에서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탄핵심판에 직면해있다. 특히 국민투표가 남용될 경우 반(反) 민주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WP는 ‘브렉시트가 어떤 일은 국민투표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상기 시켜주다’라는 글을 통해 “복잡한 영향을 초래할 결정을 단순한 찬반 국민투표로 정하는 것은 끔직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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