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을 맞아 탐스럽게 피어난 여름꽃 수국이 궂은 날씨에 우울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달래주고 있다. 수국은 땅의 성분에 따라 변화무쌍한 색깔을 보여주는데, 그 중 물을 좋아하면서 산에서 자라는 산수국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산수국은 수정을 할 수 있는 진짜 꽃과 수정을 돕기 위해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가짜 꽃이 함께 핀다는 사실이다. 산수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짜 꽃은 잎이 너무 작아 벌레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하지만 화려하고 탐스러운 가짜 꽃이 벌과 나비를 유혹하고, 진짜 꽃이 수정이 되면 이내 스스로를 뒤집어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 암술도 수술도 없는 무성화(無性花)인 가짜 꽃은 말 그대로 희생만 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비단 숲 속이 아니더라도 화려함의 이면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많다.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고 자신의 역할이 끝나면 미련 없이 사라지는 희생정신을 이 꽃에서 배운다. ‘변하기 쉬운 마음’이란 산수국의 꽃말을 ‘아름다운 희생’으로 바꿔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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