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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결국 추경 편성… 하반기에 20조원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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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결국 추경 편성… 하반기에 20조원 푼다

입력
2016.06.2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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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10조+정책금융 등 10조… 국채 없이 세수 초과분으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 3.1%→2.8% 하향… 브렉시트 등 여파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부가 결국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하반기에 추경 10조원을 포함해 총 20조원의 재정보강(정부지출 확대)이 이뤄진다.

정부는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추경 등 내용이 포함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했다. 또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가 결국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경제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의 방증이다. 세계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라는 돌발변수까지 겹친 탓에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3%는커녕 2%대 중반도 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어, 긴급처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추경 재원ㆍ쓰임새는

올해 편성되는 추경이 예년과 다른 점은 빚(국채 발행)을 끌어들이는 식으로 재원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단 작년에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1조2,000억원)을 우선 재원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올해 예상보다 초과해서 들어오고 있는 세수를 활용할 계획이다. 국채 발행시 재정건전성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나 올해 세수 상황이 괜찮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국세수입은 96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조1,000억원 늘었다. 법인세(5조5,000억원 증가) 부가가치세(5조5,000억원 증가) 소득세(3조9,000억원 증가) 징수 실적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다만 10조원만 가지고는 경기 진작 효과가 미미할 수 있기 때문에 나머지 10조원은 ▦기금 변경 ▦공기업 투자 ▦정책금융 확대 등 정부 외 공공부문의 여력을 총동원해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은 브렉시트와 구조조정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이나 민생안정 사업을 중심으로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 사례에 비춰 사회간접자본(SOC)이 일자리 효과가 높기 때문에, 주로 도로건설 등의 공기(工期)를 단축하거나 공공부문 공사를 추가로 추진하는 쪽으로 재원이 활용될 전망이다. 또한 이번 추경은 ‘구조조정 추경’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기 때문에, 울산 경남 등 조선업 중심지의 근로자나 지역경제를 지원하는 사업에도 대규모 재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추경 효과 얼마나

정부는 “추경을 포함해 20조원 이상의 재정보강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올해 성장률을 0.2~0.3%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추경이 경기를 그만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다”며 “건설투자나 내수경기가 성장을 견인했는데 그 힘이 약해지고 있어 추경을 하면 성장률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추경 효과가 정부의 기대만큼 나올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추경이 성장률을 얼마나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추경 편성을 통해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뜻을 시장에 강력하게 전달하는 것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의 차이가 클 때 추경의 효과가 크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니다, 추경 자체로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사태 악화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심리적인 효과를 더 크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추경이 15조~20조원 편성되는 것을 전제로 “올해(하반기) 성장률을 0.1%포인트 올릴 것”이라며 기대감을 낮췄다.

추경만으로 충분할까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이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목표치로 제시한 성장률 2.8%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3.7%를 제시했으나 실제 3.3%에 그쳤고, 지난해에도 3.1%를 예상해 2.6% 달성에 머물렀다. 김홍기 한남대 교수는 “낮게 잡으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정부 전망치는 높게 마련”이라며 “정부가 낮춘 전망치보다 더 낮아질 수 있는데, 정부 전망치는 이 정도를 타깃을 한다는 목표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여파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지는 경우 재정정책(추경)만으로 2%대 후반의 성장률 달성이 어렵게 되어, 결국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받을 수도 있다. 외국 투자은행(IB)들은 브렉시트 때문에 미국이 연내 추가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 상황을 감안해 한은이 하반기 한두 차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브렉시트가 금융시장 불안심리를 자극해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좀 더 상황을 지켜 본 다음 추경 규모를 결정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도 일부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추경 역시 본예산 편성과 똑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지금 편성하지 않으면 시간이 없다”며 “이번 추경은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정책을 내놓은 측면도 있다”고 반박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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