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준. /사진=SK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SK 최승준(28)이 거포 기대주 꼬리표를 떼고 화려한 야구 인생 2막을 열어젖혔다.
최승준은 인천 동산고 시절 공격형 포수로 주목을 받고 2006년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보여준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지난해까지 1군 성적은 36경기 출전 타율 0.164(73타수 12안타) 2홈런 12타점 26삼진에 그쳤다. 그 결과 지난해 말 LG가 FA(프리에이전트) 포수 정상호(35)를 영입하면서 20인 외 지명 선수로 풀었고, 오른손 거포에 목마르던 SK는 최승준을 지명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최승준은 올해 스프링캠프 기간 호쾌한 장타력을 선보였지만 시범경기에서 삼진왕 불명예를 썼다. 시범경기 성적은 타율 0.100(40타수 4안타) 2홈런 3타점 25삼진. 김용희 감독의 믿음 속에 개막 엔트리에 들어갔어도 반전은 없었다. 결국 4월4일 1군에 말소됐고, 20일 다시 돌아왔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은 길었지만 6월 들어 마침내 거포 본능을 폭발했다.
최승준은 27일까지 한 달간 7개의 홈런과 16개의 타점을 쓸어 담았다. 선발 출전 횟수도 급격히 늘었고 클린업 트리오의 한 축인 5번 자리까지 꿰찼다. 바닥을 쳤던 시즌 성적은 어느새 타율 0.299(127타후 38안타) 11홈런 26타점으로 끌어 올렸다. 시즌 전 목표로 했던 100타수 이상도 소화했다. 이제 그는 '오늘만 사는 타자가 아닌 내일을 보는 타자'가 됐다.
최승준은 "결과가 좋게 나와 다행"이라며 "SK로 왔을 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난 페이스라는 것이 없는 선수"라며 "그 동안 경기에 나가도 안타를 못 치면 빠졌는데 지금은 마음이 편해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초반에는 벤치를 지키다가 어느덧 중심 타선(5번)에서 치고 있는데.
"결과가 좋게 나오니까 다행이다. 중심 타선에 들어가 있다는 생각보다 주자를 한 명이라도 더 불러들이고 싶은 마음뿐이다."
-팀에서 기대했던 것과 달리 시범경기에서 삼진을 25개나 당하는 등 부진했었는데.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안 풀리다 보니까 타격폼도 어정쩡해지면서 혼동이 왔다. 지금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훈련한 폼이 나오고 있고 방망이를 조금 간결하게 휘두르고 있다."
-정상호의 FA 보상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었을 당시 심정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고향(인천)으로 왔고, 친구들도 있고 해서 편하게 생각했다. (이)명기나 (김)성현이, (이)재원이가 많은 도움을 줬다."
-고향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은.
"서울에 살 때는 밥 걱정을 했었는데 지금은 부모님과 살다 보니 먹는 걱정은 없다. 부모님도 자주 볼 수 있어서 좋아하신다."
-벌써 11개의 홈런을 칠 만큼 페이스가 좋은데.
"난 페이스라는 것이 없는 선수다. 지금 모든 것 하나 하나가 기록이다. 홈 구장이 작다는 효과는 아직 모르겠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생각해놨던 목표가 있었다면.
"100타수를 꼭 쳐보고 싶었다. 꾸준히 경기에 나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동안 경기에 나가도 안타를 못 치면 빠졌는데 지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일단 첫 번째 목표를 이뤄 기쁘다. 경기에 많이 나가니까 배우는 것도 많다."
-많은 타석을 소화하면서 가장 나아진 점이 있다면.
"선구안이 나아졌다. 시범경기 때는 모든 공을 내가 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요즘은 칠 공, 안 칠 공을 구분한다."
-첫 번째 목표를 이룬 만큼 다음 목표를 잡아둔 것이 있는지.
"부상 없이 시즌을 보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분명히 고비가 오겠지만 흔들리지 않고 친구들과 웃으면서 시즌을 마쳤으면 좋겠다. 한 타석, 한 타석이 소중하니까 최대한 집중하겠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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