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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ㆍ경유차 조작 등 피해입증 책임, 기업이 부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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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ㆍ경유차 조작 등 피해입증 책임, 기업이 부담해야”

입력
2016.06.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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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생명ㆍ신체 보호…’ 심포

“소비자의 피해 증거 수집 위해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해야”

“非재산적 손해도 고려해, 법원은 고액 위자료 인정을”

가습기 살균제 사건,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처럼 기업이 제품을 판매해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큰 피해를 입힌 경우 피해입증 책임은 기업에 지우고,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는 보다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과 국회 입법조사처는 27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 적정화를 위한 민사적 해결방안의 개선’ 심포지엄을 열고 형사처벌로는 막을 수 없는 기업의 악의적 범죄 피해에 대해 제도적 방안을 모색했다.

피해증거 수집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권대우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심포지엄에서 “집단 피해나 복잡한 기계의 오작동 사고는 개인이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는 증명의 정도를 완화하거나 입증책임을 기업에 지워야 한다”고 말했다. 입증책임을 국가가 지는 방안도 제시됐다. 백대용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민사소송 시 국가가 지정한 전문기관 등에서 정부 비용으로 피해 원인을 판단해 주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들이 피해 증거를 쉽게 수집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 변호사는 “현행 법에서는 소비자가 기업의 제조물 책임을 확인하기 위해 기업의 내부 자료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며 “변론에 앞선 준비절차에서 상호 증거를 공개한다면 사실관계가 명확해지고 당사자 간의 자발적인 화해를 유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소비자의 입증을 방해하는 기업에는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백경일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증명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당사자가 소비자의 피해사실 증명을 불가능하게 만들거나 곤란하게 만들 경우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위자료에 非재산적 손해도 포함해야

위자료 산정에 법원이 지금처럼 노동력 상실이라는 기계적인 잣대를 적용할 게 아니라 물질 이외의 피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통상 손해배상 액수를 따질 때 ‘노동능력 상실’을 기준으로 하는데, 피해자들의 재산적 손해뿐만 아니라 비(非)재산적 손해도 고려해 위자료를 더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창현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그 동안 법원은 당사자의 개별 사정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교통사고 위자료 산정기준에 의존해 국민의 법감정이나 경제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당사자가 어떤 이유로 얼마의 위자료를 청구했는지 꼼꼼히 들어보고 이를 존중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위자료를 산정할 때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인격을 발현하고 인생을 영위할 가능성이 중대하게 침해됐는지 ▦아동과 청년에게 발생한 손해가 그의 일생 동안 지속적으로 남게 되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5세 아이가 사망한 경우 통계적으로 77.4년의 생존기간이 박탈되고, 인생을 영위할 가능성이 상실된 것”이라며 “이런 경우 비재산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단소송 요건은 완화해야

집단소송의 요건을 완화해 다수의 피해자가 효율적으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정아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변호사)은 “집단소송제도는 본래 없던 손해배상 청구권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입은 사람 중 소송을 내기 어려웠던 사람까지 원활하게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수단을 마련해주는 것”이라며 “소비자가 기업과 동등한 지위에서 손해가 존재하는지, 그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다퉈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좌혜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변호사는 “집단소송을 수행해 보면 (판사에 따라) 다수 의뢰인들의 사건이 병합되지 않아 개별적으로 반복 대응해야 할 때가 많다”며 사실상 집단소송이라고 할 수 없는 우리나라 집단소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집단소송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필요하다”며 “현재 우리 대법원은 발생한 손해만큼 배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배상액을 높여 소액 피해를 입은 다수가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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