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9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최고위원회가 열린 회의장에서 야권 대표들이 나란히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4ㆍ13 총선 승리 백일을 못 넘기고,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이다. 사안은 달랐지만, 선거 비리 의혹과 갑질 의원 등 도덕성 문제에 대한 고해성사였다. 그러나 두 대표 공히 관련 사안에 대해 수수방관하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는 점에서 대국민사과는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최근 ‘갑질 의원’으로 여론에 뭇매를 맞고 잇는 서영교 의원의 각종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서 의원 파문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김 대표는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서 의원 문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당무감사를 통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 드린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김 대표의 사과는 나름 비장했다. 김 대표는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청년실업이 해소되지 않아 국민들의 감정이 매우 민감하다. 불공정한 일에 매우 민감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이런 것(국민감정)을 앞으로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덕적 지탄을 면할 수 없고, 국민은 우리 당에서 점점 멀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정한 목표를 내걸고, 그 목표가 정당하기 때문에 과정에서 다소 도덕적 불감증이 있어도 지나갈 수 있다는 의식에서 철저히 벗어나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관행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가려 했던 일부 당내 우호 여론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서 의원은 19대 국회 시절인 지난 2014년 약 5개월간 자신의 딸을 의원실 유급 인턴으로 채용하고, 친오빠를 후원회 회계책임자로 등록한 뒤 인건비를 지급하는 등 ‘가족 채용’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다.
같은 시각,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관련해 세 번째 사과를 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늘 국민의당 소속 의원 한 분이 수사기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주요 당직자 한 분은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고, 결과에 따라 엄정하고 단호하게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당은 물론 안 대표 본인도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안 대표는 사과와 엄정조치 의지만 밝혔을 뿐, 구체적으로는 말을 아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그림 2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정책역량강화 워크숍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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