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인물로 지목된 남상태(66) 전 사장이 27일 오전 검찰에 출석했다.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남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이 대학동창인 정모(65ㆍ구속)씨에게 사업상 특혜를 주고 뒷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을 포착하고 수사해왔다. 이날 변호인과 함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출석한 남 전 사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게 답한 후 조사실로 향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천문학적인 부실 사태와 관련해 책임감을 느끼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이 2007~2008년 정씨가 운영하는 휴맥스항공 자회사 두 곳에 사업 독점권을 몰아주고 정씨의 해외법인이 벌어들인 이익금 일부를 되돌려 받은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2009년 10월 대우조선이 인수한 부산국제물류(BIDC)의 지분을 정씨의 싱가포르 법인으로 넘긴 후, 남 전 사장이 차명지분을 소유하면서 6억원대 배당금을 챙긴 정황도 포착했다. 남 전 사장은 유명 건축가인 이창하(60)씨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지 19일 만에 대우조선해양 비리의 핵심인물인 남 전 사장을 소환한 것은 일반적인 대기업 수사속도와 비교할 때 매우 빠른 편이다. 검찰 주변에선 조만간 남 전 사장을 넘어 금융권과 정ㆍ관계 인사들도 수사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남 전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금주 중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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