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에도 수많은 차종이 쏟아져 나오는 고급 차 시장에서 70년 가까이 한결같은 명성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22일 국내에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E클래스는 이러한 역사적 명차의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만하다. 뛰어난 품질과 디자인으로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300만대 이상 팔린 메르세데스-벤츠의 간판 스타 E클래스는 지난해 국내에서도 1만9,660대가 팔리며 수입차 단일 차종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E클래스 돌풍은 언제 시작됐을까.
E클래스의 원형은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처음 생산된 승용차 136시리즈가 E클래스 1세대 모델로 꼽힌다. E클래스의 품질은 이때부터 주목 받았다. 1세대 모델은 당시 유행했던 둥근 형태의 디자인에 차체를 넓히고 주행 성능을 강조한 방식을 택했다. 특히 이 때 사용된 섀시(차 주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계장치로 이루어진 골격)는 우수한 품질로 다른 완성차 업체 모델들에도 적용됐다.
2세대부터 E클래스는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53년 등장한 180 모델은 지금처럼 엔진과 차량 내부, 트렁크가 구분됐고 최초로 차체와 섀시가 일체화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68년 최초로 독자적인 차체로 만들어진 4세대 114,115 시리즈는 높은 성능을 인정 받아 180만대 가량 팔렸다. 벤츠 역사상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긴 순간이다. 이후 5세대 때 처음으로 왜건(지붕이 후단까지 수평으로 뻗어 있는 승용차) 모델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춰나갔다.
E클래스라는 이름을 얻게 된 건 6세대 모델부터다. 84년 첫 선을 보인 6세대 모델 124시리즈는 두 번의 부분변경을 거쳐 93년 6월 E클래스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때부터 출시되는 모델명에 지금처럼 알파벳‘E’ 뒤에 엔진 배기량을 뜻하는 숫자 세 자리가 붙게 됐다. 7세대 모델은 ‘네 개의 눈’으로 불린 쌍둥이 전조등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드닷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2009년 9세대에서는 다시 하나의 전조등으로 바뀌며 더욱 세련미를 더했다.
지난달 출시된 10세대 모델은 E클래스 역사의 정점을 이루고 있다. 기존 뛰어난 디자인에 버튼만 누르면 스스로 주차하는 주차 보조장치, 능동형 브레이크 보조 장치 등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첨단 자율주행기술이 더해지며 가장 안전한 차라는 평까지 얻게 됐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기술의 혁신을 이뤄낸 신형 E클래스로 올해 전세계 고급 차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