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모금 과정서 압력 행사
경찰 “내사 중… 곧 수사 여부 결정”
인천의 한 기초자치단체장이 장학재단 기금을 조성하면서 직원들에게 기부를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내사에 들어갔다.
26일 인천 동구청과 경찰에 따르면 이흥수 동구청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동구체육회와 동구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는 지난달 11일 재단법인 동구 꿈드림 장학회에 5,288만원을 기탁했다. 이 돈은 4월 22일 동구 주민행복센터에서 일일찻집을 열어 마련했다. 이 장학회는 이 구청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구청장은 특히 모금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기부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서별, 급수별로 기부금 액수를 정해 내게 했다는 것이다. 이날 일일찻집 행사에는 기업, 관변단체 관계자들도 참석했는데 이들이 낸 돈만 2,7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구 직원들은 지난해 6월 4일에도 나눔장터 판매수익금을 포함해 7,888만원을 장학회에 기탁했다. 동구의 한 간부 공무원은 “행사에 참석해 장학금도 냈지만 (기부금을 강요했는지 여부 등)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이 구청장이 장학금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을 내사하고 있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선 기부금품을 낼 것을 강요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이 구청장이 직접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확인되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구청장의) 기부행위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고, 여러 의혹에 대해 확인 작업 중”이라며 “아직까지는 내사 단계이고 본격적인 수사 착수 여부는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꿈드림 장학회는 기금 200억원 조성을 목표로 지난해 1월 19일 설립돼 1년 5개월여 만에 기금 127억원을 조성했다. 직원들 외에도 동국제강 등 기업과 새마을부녀회 등 관변단체를 비롯해 동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장학금을 냈다. 장학회는 애향장학생과 예체능특기장학생을 선발해 지난해 2억6,446억원을, 올해는 이달까지 3억4,698만원을 전달했다.
한국일보는 동구 측에 기부 강요 의혹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