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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美 중심 질서’ 붕괴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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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美 중심 질서’ 붕괴로 이어질까

입력
2016.06.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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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1945 체제의 와해” 평가

EU서 미 입장 대변한 영 탈퇴로

러ㆍ중 견제와 중동 정세 안정 등

미국 대외정책 차질 우려 전망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25일 런던의 유럽광장에서 EU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브렉시트’로 2차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이뤄진 세계 질서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P 뉴시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25일 런던의 유럽광장에서 EU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브렉시트’로 2차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이뤄진 세계 질서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P 뉴시스

영국이 유럽연합(EU)과 결별하자 서구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미국과 함께 2차 대전 이후 자유 진영을 대표하며 세계질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영국이 발을 뺐다는 점에서 뉴욕타임스(NYT)는 ‘포스트 1945 체제의 와해’라고 표현했다. 일부에서는 유럽과 서구문명의 최악의 퇴보라는 평가도 나왔다. 반세계화, 신고립주의의 방아쇠를 당긴 영국의 브렉시트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세계화(globalization)’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질서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실제 미국에서는 브렉시트를 계기로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영국을 비롯한 서구 유럽국가의 도움을 받아 구축한 세계 질서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아이보 달러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회장은 “브렉시트가 미국이 주도해온 기존 질서의 전면적 파괴는 아니지만, 다가올 붕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NYT는 ‘영국, 전후(戰後) 질서와 안정을 흔들다’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영국은 유엔, 나토,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미국이 세계질서를 주도하기 위해 만든 주요 국제기구의 핵심 주주였을 뿐만 아니라 최대 수혜자였다”고 평가한 뒤 “이 나라가 ‘작은 섬나라’로 돌아가면서 국제 사회의 역학관계, 경제관계, 국경선의 변화 등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유럽에서의 러시아 봉쇄, 중동정세의 안정, 아시아에서의 중국 견제 등 미국의 대외정책이 큰 차질을 빚게 됐다는 입장이다. 일부는 1945년 이후 지속되어온 ‘미국에 의한 세계평화’(팍스 아메리카나)의 종식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외교ㆍ안보분야 참모이기도 한, 윌리엄 갤스턴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영국은 EU 내부에서 미국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며 “EU 협력을 얻어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아 등을 위협하는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이 시리아 내전 등에 개입하며 중동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하는 반면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하며 중동 문제에서 사실상 발을 빼면서, 중동 지역에 대한 유럽의 영향력도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후퇴로 인한 자유진영의 공백은 G2(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NYT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인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연차총회에 주목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 질서에 맞서, 중국이 57개 회원국이나 끌어 모은 데에는 브렉시트 주인공인 영국이 지난해 초 미국을 버리고 AIIB 참여를 선언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요컨대 AIIB는 미국에서 멀어지고 중국으로 다가가려는 영국 행보의 상징적 기관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마침 육상 실크로드로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고 해상 실크로드로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한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앞세운 전방위 팽창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영국의 이탈을 계기로 유럽공동체의 구심력이 약화한다면 중국은 언제든 힘의 공백상태에 진입할 준비태세를 갖춘 셈이다.

일각에서는 EU 가입을 추진하는 터키가 중국의 첫 번째 타깃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터키가 실제로 중국의 손을 잡지 않더라도 인권 및 이민자 문제로 인해 EU가입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러브콜을 보낸다면 터키의 협상력은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중국은 EU내에서 차별적 취급을 받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 또한 유럽진출의 교두보로 진지하게 저울질하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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