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김택형/사진=넥센
[잠실=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아무리 잘 던져도 이런 반응은 없었어요."
김택형(20·넥센)이 뜨거운 관심에 깜짝 놀라 웃었다. 마운드가 아닌 타석에서 화제를 모은 그는 팀에서도 가장 '핫'한 선수로 떠올랐다. 26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만난 김택형은 동료들의 뜨거운 반응에 연신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선배 김민성(28)은 "오늘도 대타로 준비하냐"고 물었고, 동기 박주현(20)은 "솔직히 말해라. 볼을 고른 게 아니라 못 친 것 아니냐"며 놀렸다.
김택형은 전날(25일) LG전에서 '대타'로 타석에 나갔다. 연장 10회까지 승부가 이어지자 넥센이 야수진을 모두 소모했기 때문이다. 김택형은 "처음 타석에 나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어리벙벙했다. 나가서도 칠 생각은 없었다"며 전날 상황을 떠올렸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치려는 척만 하고 서있다가 들어오라"고 했다. 배트는 가장 가벼운 박정음의 것을 받아 들었고, 헬멧은 임병욱, 장갑과 정강이 보호대 등은 김재현의 것을 착용했다.
타석에 들어서자 '진짜 타자'가 됐다. 좌타자로 나선 그는 상대 마무리 임정우의 초구 볼을 골라냈고, 2구째 직구에 헛스윙을 했지만 3구째는 파울로 걷어냈다. 이어 1루 내야석에 떨어지는 커다란 파울볼을 때려냈다. 김택형이 적극적으로 나서자 당황한 쪽은 임정우였다. 김택형은 볼 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임정우의 볼 3개를 연속으로 골라내 볼넷으로 출루했다. 김택형의 출루에 넥센이 흐름을 잡았고, 후속 유재신의 1타점 적시타에 넥센이 1점을 더 뽑아내며 8-6으로 승리했다.
동산고 시절 2학년 때부터는 타격 연습도 한 번 해보지 않았지만, 제법 '타자'다운 모습을 보였다. 김택형은 "마운드에서는 타석이 굉장히 멀어 보였는데, 타석에서니 굉장히 가깝게 느껴지더라. 타자들이 공을 어떻게 치는 건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타자들도 깜짝 놀랐다. 포수 박동원은 "타자로서 80~90점은 되지 않을까. 그냥 서있다 들어올 줄 알았는데 파울을 치는 순간 뭔가 하나 할 줄 알았다"며 웃음지었다. 내야수 김하성은 "상대 마무리 투수를 상대로 잘 하더라"며 엄지를 세웠다. 동료 투수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투수 박주현은 "너무 재미있었다"며 "내가 나갔으면 100% 삼진이었을 거다"며 웃었다. 잊을 수 없는 타자 데뷔전이 됐다. 김택형은 "아무리 잘 던지고 더그아웃에 들어와도 그런 반응이 없었다. 어제는 마치 한국시리즈 인줄 알았다"며 주변 동료들의 반응을 전했다.
다른 날과는 조금 다른 기분으로 야구 하이라이트도 봤다. 그는 "(타석에 선 날 보니)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며 "안 치려고 했는데 볼이 눈에 보여서 방망이가 나갔다. 나도 깜짝 놀랐다. 사실 볼을 골라낸 것도 있지만 공이 안 보여서 못 친 것도 있다"고 '고백'했다.
깜짝 타자 데뷔에 팀도 승리를 하며 더 즐거운 추억이 됐다. 김택형은 "진짜 직업은 투수다. 근데 지인들이 '왜 안타를 못쳤냐'고 한다"며 "지금 출루율이 100%다. 가문의 영광이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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