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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수의 느린 풍경] ‘솔섬’은 없다

입력
2016.06.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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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사진 한 장이 때로는 한 나라의 이미지를 대표한다. 강원 삼척 원덕읍 월천리 솔섬(정식명칭은 속섬)도 그런 대상 중 하나였다. 가느다란 해안 모래톱을 중심으로 잔잔한 수면에 비친 솔숲의 모습은 아련하고도 그리운 섬의 이미지로 최상이었다.

수면에 비친 모습을 찍으면 뒤편의 가스저장시설을 피할 수 없다.
수면에 비친 모습을 찍으면 뒤편의 가스저장시설을 피할 수 없다.
하천 맞은편에서는 강물에 비친 모습을 볼 수 없다.
하천 맞은편에서는 강물에 비친 모습을 볼 수 없다.

2011년 대한항공이 이러한 모습을 찍은 공모전 사진을 광고에 사용하자 영국 사진작가 마이클 케냐가 저작권 소송을 제기하면서 솔섬은 한층 더 유명해졌다. 하지만 세간의 이목을 끈 법정 다툼이 허망하게도 이제는 월천리를 찾더라도 사진과 같은 풍경은 볼 수 없다.

솔섬 뒤로는 텅 빈 하늘 대신 섬보다 더 큰 가스저장시설이 들어섰다. 하천 맞은 편에서 찍으면 강물 대신 수풀이 우거져 있다. 설사 물길이 바뀌어 엇비슷한 장면을 찍는다 해도 더 이상‘솔섬’이기는 어렵다. 이제 그곳엔 일부러 먼 길 찾아온 여행객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해 줄 어떤 여백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팀 차장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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