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이 대서양 건너 미국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태세다. 민주ㆍ공화당 후보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견해를 보이면서,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이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갈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24일 “영국 국민이 독립을 되찾았다”며 브렉시트 투표 결과를 전폭 지지했다. 그는 이날 영국 스코틀랜드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 재개장식에서 “(브렉시트는) 위대한 결정”이라며, 영국의 선택이 자신의 고립주의적 외교 공약의 정당성을 확인시키는 증거가 되기를 기대했다.
반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브렉시트를 일종의 돌발 위기로 규정했다. 역시 24일 오전 내놓은 성명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영국 국민의 투표 결과를 존중한다”면서도 “영국의 EU 탈퇴 결정으로 발생한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백악관에 침착하고 꾸준하고 경험이 많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비 다양한 국정경험을 가진 강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한편 브렉시트의 후보별 유불리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브렉시트가 반이민ㆍ고립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의 대권행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미국과 영국 사회의 구조적 차이 때문에 그렇지 않다는 반론도 많다.
미국 CBS 방송은 트럼프 지지자와 브렉시트 지지자 모두 ‘분노’와 ‘불만’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민ㆍ인종문제에 개방적인 고학력ㆍ젊은 연령ㆍ도시 중산층과 그렇지 않은 저학력ㆍ노령층ㆍ서민층의 대결이라는 점도 미국과 유사하기 때문에, ‘브렉시트’는 트럼프에게 좋은 징조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CNN과 뉴욕타임스는 미국에서 브렉시트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는 유권자의 직접 투표에 의해 결판났지만, 미국은 영국보다 인종 구성이 훨씬 다양하고 주마다 대의원을 선출하는 간접선거라는 점에서 크게 차이 난다는 지적이다. 감정에 치우친 유권자들의 충동적 성향을 걸러낼 구조적 장치 때문에 미국에서는 유사한 결과가 나타날 확률이 더욱 낮다는 얘기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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