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외국인학교를 운영하며 수십억 원의 교비를 빼돌린 부부가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학교는 입학 자격이 없는 내국인 학생들이 정원의 대부분을 차지한 ‘무늬만 외국인학교’였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강지식)는 교육당국 인가를 받지 않고 외국인학교를 운영(초ㆍ중등교육법 위반)하며 교비 28억여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박모(57)씨와 학교 회계책임을 맡은 그의 부인 김모(58)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2012년 3월 서울 용산구 C 외국인학교의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1999년 10월 미국 국적의 A씨가 설립한 이 학교는 유치원~고교 13년 과정으로, 한 해 평균 180여명이 입학해 연간 2,000만~2,800만원을 내고 다녔다. 국내 교육과정을 수료한 것으로 인정 받지는 못하지만 미국 서부교육연합회(WASC)의 인증을 받아 외국 대학에 진학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 확보가 어려워지자 박씨는 입학 자격이 없는 내국인 학생들을 무차별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다. 초ㆍ중등교육법과 외국인학교 및 외국인유치원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규정 등에 따르면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외국인이거나 외국 거주 기간이 3년 이상인 내국인만 학교 정원의 30% 범위 내에서 입학시킬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점검 때는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학생들이 C 학교 부속 평생교육시설이나 사설 학원에서 교육 받는 것처럼 속였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적발로 2013년 6월 평생교육시설 폐쇄 및 시정지시를 받자 2013년 7월 교내에 교회 설립 신고를 하고 미인가 대안학교를 설립해 학생들을 가르쳤다. 무자격 학생이 늘어나면서 입학 자격을 갖춘 학생들은 2013년 81명에서 2014년 29명, 지난해 19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시교육청은 결국 올해 3월 학교 폐쇄명령을 내렸다.
박씨 부부는 빼돌린 교비 28억여원을 개인채무 13억원을 갚는 데 쓰고, 자녀들의 부동산 매입에 도움을 주는 등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설립자 몰래 C 학교 건물과 부지 등을 자신 명의로 해놓은 사실이 드러나 A씨와 민사소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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