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구조조정 3~4월부터 지가변동률 마이너스로 돌아서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조선업이 지역주력산업인 울산과 거제도 땅값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지가변동률 하위 5개 지역에 경남 거제시와 울산 동구가 각각 1위와 2위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전체 시·군·구 가운데 땅값이 하락한 곳은 거제시와 동구를 빼고는 경기 부천시 오정구뿐이었다.
지가변동률은 감정원이 전국 7만필지의 땅값을 조사해 산출한다. 지가변동률은 투기성 거래 등으로 형성된 이상가격을 제외한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감정원이 산정한 땅의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삼는다.
지난달 거제시는 전월(4월)보다 땅값이 0.17% 하락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위치한 장평동의 땅값이 전월대비 1.51% 떨어졌고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인접한 능포·두모동은 0.52%, 옥포조선소가 위치한 아양·아주동은 0.31% 내렸다.
울산 동구는 지난달 땅값이 전월에 견줘 0.08%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동구 가운데는 현대중공업 본사가 있는 미포·동부·서부동은 땅값이 0.20% 하락했고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가 위치한 방어동과 인근 화정동은 각각 0.18% 떨어졌다.
결국 지난달 지가변동율을 보면 전국 시ㆍ군ㆍ구 중 땅값이 떨어진 거제시와 울산 동구에서도 조선업과 직접 연관된 지역의 땅값이 급락했다고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조선업 불황과 구조조정에 따라 공장ㆍ주거용지 가격이 하락하고 부동산 수요도 감소한 탓으로 보고있다.
거제시와 울산 동구의 땅값이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은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때와 일치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거제시와 울산시의 땅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 국토부가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이던 정성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울산시 공시지가는 2006년 1㎡당 평균 3만4,137원에서 7만2,131원으로 111.3% 올라 시·도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거제시 공시지가는 1㎡당 평균 1만3,495원에서 3만9,297원으로 190%나 뛰어서 시·군·구 가운데 상승률이 최고였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 공시지가가 1㎡당 평균 2만6,761원에서 4만5,086원으로 68% 오른 것을 고려하면 거제시와 울산시의 땅값은 말 그대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거제시와 울산 동구의 땅값은 보합세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거제시는 지난 3월, 동구는 지난 4월 지가변동률이 전월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3월 초에는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가 지난해 총 8조5,000여억원의 사상 최대규모 적자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같은 달 말에는 한국기업이 독차지했던 수주 잔량 기준 세계 3대 조선사에서 삼성중공업이 탈락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4월에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급과잉·취약업종 구조조정을 더 미룰 수 없다"고 밝히고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 자금조달방안 등을 발표하면서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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