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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정신 다이어트

입력
2016.06.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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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안 되는 구형 휴대폰을 쓰다가 2년 전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이후 카톡, 페북, 밴드 등 모바일 메신저와 SNS에 차례로 가입했다. 뉴스 전달의 플랫폼이 종이신문에서 스마트폰, 노트북 등 디지털기기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어서다. 현재 카톡 친구 1,250명, 페북 친구 3,400명에 밴드가 10개. 디지털 친구 관리에 하루 평균 두 시간을 쓴다. 갈수록 의존도와 중독성이 커지는 느낌이다. 영국 통계를 보면 현대인은 6분30초마다 한 번씩 스마트폰을 들여다 본다. 디지털 감옥에 갇혀 사는 포노사피엔스(Phono-sapiens)다.

▦ 한국노동연구원 조사 결과 전국 근로자의 70.3%가 퇴근 후에도 스마트기기로 업무 지시를 받거나 일한 경험이 있었다. 부서별 대화방을 통한 업무지시가 퇴근 후나 주말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날아와 하루 평균 1.44시간, 주당 11.3시간 더 일한다는 것이다. 퇴근 후 업무지시는 아무리 짧은 시간에 처리하는 일이더라도 뇌를 긴장시켜 심한 스트레스를 준다.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다면 월급의 6~10%를 쓰겠다는 직장인이 32.8%나 됐다.

▦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을 발의했다. 모바일 메신저나 SNS를 통한 업무지시가 밤까지 이어지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깨뜨리고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다양한 직군과 사업장의 특성을 무시한 법 만능주의이자 포퓰리즘 발상으로 읽힌다. 이런 식이라면 ‘회식금지법’, ‘칼 퇴근법’도 필요할 게다. 일부 직군에 대해 퇴근 후 회사 이메일 발송을 금지하는 협약을 맺은 프랑스처럼 노사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 현대인은 굳이 업무 연관성이 아니더라도 디지털 과잉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세계 1위(퓨리서치센터 2015년). 도구에 불과한 스마트기기가 삶의 전부인양 모든 걸 빨아들이면서 가정과 직장에서 몸으로 부대끼던 ‘인간적인’ 관계가 사라져가고 있다. 독일의 정신과의사 미하엘 빈터호프는 우리를 정보과잉 상태로 몰아넣는 건 세상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스스로 만들어낸 과도한 요구가 디지털 감옥을 만든다는 것이다. 몸의 다이어트가 아니라 과잉 디지털 정보를 차단하는 정신 다이어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루 한 시간이라도 스마트폰을 끄고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자.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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