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권은 미국에, 방산비리 천국 朴 정부의 안보 현주소” 맹비난
A4 용지 두 장 분량의 글, 차기 주자들 빨라진 행보 맞대응 성격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정부의 안보 정책을 질타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지난 13일 지진피해 자원봉사 활동을 위해 네팔로 출국한 뒤 내놓은 첫 번째 메시지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이 히말랴아 트레킹을 하면서 읽었다는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 책을 소개하며, 자주국방의 목표를 여전히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625 전쟁 발발 66주년을 기념해 맞춰 내놓은 메시지로, A4 용지 2장에 달하는 분량이다.
현지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 문 전 대표가 전화로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고, 문 대표실 관계자가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한다. 문 전 대표가 자리를 비운 동안 국내에서 차기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자, 박근혜정부에 대한 각을 세우는 메시지로 존재감 과시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영남권 신공항 등 현안에 대해선 침묵했다.
문 전 대표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에 참전했던 고 김영옥 대령의 일화를 소개하며 현 정부의 무능한 안보 능력에 대해 작심한 듯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한국전 종전 후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 군이 외쳐온 목표는 한결같이 자주국방이었지만 그 동안 얼마나 실천적인 노력이 있었느냐”며 “아직도 작전권을 미군에 맡겨놓고 미군에 의존해야만 하는 약한 군대, 방산 비리의 천국… 이것이 자주국방을 소리 높여 외치는 박근혜 정부의 안보 현 주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표는 이어 “김영옥 대령은 미 군사고문으로 한국에 와서 우리 군의 전시동원 계획을 정비하고 국군 미사일부대를 창설하게 하는 등 국방력 신장에 크게 기여했는데 우리 자신과 군, 역대 정부는 그런 노력을 얼마나 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난 60여 년간 외쳐온 자주국방의 구호가 부끄러운 2016년 6·25다”고 마무리했다.
김영옥 대령은 노무현정부 때인 2005년 10월 최고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수여 받았다. 문 전 대표는 “김 대령은 미군에선 제2차 세계대전의 전설적 영웅으로, 이탈리아와 프랑스 전선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고 한국전이 발발하자 부모님의 나라를 위해 다시 미군에 입대해 한국에 달려왔다”며 “인종 차별이 극심했던 당시 미군 사상 최초의 유색인 야전 대대장으로 휴전선의 중·동부를 60km나 북상시키는데 역할을 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특별무공훈장과 두 번의 은성무공훈장을, 이탈리아·프랑스에서는 십자무공훈장과 도뇌르 등 최고 훈장을 받았다”며 “유독 한국 정부로부터는 훈장을 받지 못하다 김대중정부가 미국 한인사회 봉사활동을 공적으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고 노무현정부 때 최고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했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글 마지막엔 “저자인 한우성 씨가 부탁한 일이 있다”며 ‘추신’을 달았다. 그는 “김영옥 대령이 훈장을 받고 국내에 알려지면서 2011년부터 초등학교 5학년 국어교과서에 그의 삶이 수록됐는데, 웬일인지 2015년 교과서에서 빠졌고 올해도 마찬가지인데 연유를 모르겠다고 한다”며 “교육부 관계자들이 이 글을 보고 그 이유와 앞으로의 방침을 설명해주면 고맙겠다. 국회 교문위에서도 관심을 갖고 살펴봐달라”고 덧붙였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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