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보호구역인 홍도
튤립섬이라 불리는 임자도…
신안, 천혜의 아름다움 간직
파도소리와 노을, 그리고 해무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 위무
계절마다 제철 먹거리도 풍부
서해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 해무에 휩싸인 아침에 보면 신선이 머무는 곳처럼 보이다가 황금빛 노을에 반사되는 석양엔 보석처럼 빛난다. 섬과 섬 사이를 오가는 작은 배들이 석양노을 속을 지나는 모습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온다. 수천 년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신안의 섬들은 자연이 주는 바람소리와 파도소리, 붉은 노을과 신비한 해무 등으로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힐링의 최적지로 꼽힌다.
섬은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비바람이 만들어 놓은 천연 분재로 가득한 무인도와 밀려오는 파도가 조각한 기암괴석, 금방이라도 도깨비가 나올듯한 전설바위, 시큼한 갯내음 등 섬은 오감여행의 최고봉이다.
파란 물결이 넘실대는 바다에 다양한 모습으로 피어난‘바다의 꽃’섬에서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휴양과 힐링의 섬, 섬들의 고향으로 신안이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반도의 막내섬… 가거도ㆍ홍도ㆍ흑산도
중국의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가거도는 우리나라 최서남단의 섬이다. 매년 태풍이 불 때마다 온 국민이 숨죽이며 바라보는 막내 섬이다. 하지만 산세가 높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형성돼 웅장하다. 길다란 산줄기를 이룬 독실산 정상은 잦은 해무가 머물러 구름에 휩싸인 신비감을 간직하고 있다. ‘가히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섬’,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섬’등으로 잘 알려진 가거도는 독실산의 굵은 산맥과 각진 절벽으로 남성미가 넘치는 매력적인 섬이다.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홍도는 자타가 인정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섬 관광지다. 연간 1,000만명 이상이 찾는 명소로 누구나 한번쯤 가고 싶은 섬이자 가볼 만한 섬이다. 홍도는 바위 하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까지 전설을 간직할 만큼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홍도의 관문으로 이곳을 지나면 만선이 된다는 남문바위를 비롯해 석화굴, 만물상, 탐섬, 슬픈여, 부부탑 등 홍도 10경을 보노라면 어느새 신선이 된다.
목포에서 쾌속선을 타고 80여분 달려 도착한 흑산도. 멀리 산 정상에서 들려오는 애절한 노래가 가슴을 아련하게 한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해안일주도로를 따라가면 흑산도아가씨 노래비가 서 있는 상라봉 전망대에 이른다. 이 곳에 서면 흑산도 전경과 함께 예리항 앞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서해의 절경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곳이다.
▦예술ㆍ시금치의 섬= 비금도ㆍ도초도ㆍ우이도
비금도와 도초도는 형제의 섬이다. 현재는 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놓여있지만 과거엔 연락선을 타고 건너야만 했다. 육지 나들이가 힘들던 옛적엔 두 섬을 오가며 혼사가 많이 이뤄져 일가친척이 많았다고 한다.
목포에서 흑산도와 홍도를 가는 쾌속선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도초도다. 다도해상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생태관광지다. 산과 섬으로 둘러싸여 아늑하기 그지 없다. 도초도 동생 격인 우이도의 사구는 환상적인 모래산으로 유명하다.
특히 비금도는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의 고향이자 전국적으로 유명한 섬초(시금치)의 주산지다. 하트모양의 하누넘해수욕장과 명사십리해변 등에서 보는 저녁노을이 일품이다.
▦짱둥어ㆍ튤립의 섬… 증도ㆍ임자도
아시아 최초로 느린섬으로 지정된 증도는 서남해안 대표적인 휴양지다. 드넓은 우전해수욕장과 짱뚱어의 뛰노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짱둥어다리가 명소다. 짱뚱어다리를 걷다 보면 태평염전이 눈에 들어온다. 전통방식 그대로 소금을 생산하는 이 곳에서는 햇볕 아래 반짝이는 신비로운 소금결정체를 볼 수 있다. 소금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소금박물관도 있다.
임자도는 튤립섬으로 유명하다. 한 때 전장포 새우젓으로 유명했던 임자도는 몇 년 전 대광해수욕장 주변에 대규모 튤립단지를 조성해 네델란드 섬을 불리기도 한다. 해마다 임자튤립축제가 열리고 대광해변에는 승마체험장이 들어서 관광객들에게 독특한 추억을 주는 섬이다. 섬 전체가 모래언덕이 형성돼‘모래 세말은 먹어야 시집간다’말이 전해 올 정도로 모래바람이 심한 곳이다.
▦치유와 예술의 섬…자은도ㆍ암태도ㆍ 안좌도 ㆍ팔금도
자은ㆍ암태ㆍ안좌ㆍ팔금도는 일찍이 연도교가 건설돼 네 개의 섬이 하나처럼 연결됐다. 자은도는 치유의 섬으로 푸른 숲, 쪽빛바다. 청정한 하늘 등 자연의 선물을 고스란히 간직한 섬이다. 9개 크고 작은 해수욕장이 있고 백사장을 걸으며 보는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다.
안좌도는 섬과 섬을 연결하는 나무다리가 있다. 두리~박지도 간 547m, 박지~반월도 간 915m로‘소망의 다리’라 불린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서양화가인 김환기 화백의 생가를 중심으로 공원이 조성됐고, 온 동네가 그림이 있는 문화의 거리가 조성돼 예술의 섬으로 손색이 없다.
암태도는‘소작인 항쟁기념탑’이 있을 정도로 농민들의 혼이 살아있는 섬이다. 일제 강점기 강제수탈에 못이긴 농민들이 바위처럼 뭉쳐 쟁의를 일으켰던 의로운 땅이다. 우리나라 소작쟁의의 효시였다. 팔금도는 8마리 새의 형상을 한 섬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시사철 먹거리 가득한 신안.
1,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신안은 천혜의 경관과 계절마다 제철 먹거리가 풍부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곳이다. 동중국해에서 겨울과 봄에 걸쳐 서식하다 5, 6월 우리나라 서해안으로 산란을 위해 이동하는 병어는 이달의 별미다. 매년 6월 지도읍 젓갈타운 일대에서 병어축제가 열린다.
튜립의 섬 임자도의 별미는 민어다. 예로부터 백성(民)들이 즐겨 먹는 생선이라 해서 민어로 불리고 있다. 여름철 원기회복에 좋은 최고의 보양식이다. 매년 8월 임자도에서 민어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봄부터 이상기온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바쁜 일상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려거든 신안의 보석 같은 섬을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소리, 밀물과 썰물이 만들어내는 몽돌의 합창을 듣노라면 어느새 자연인이 된다. 느림의 미학이 있어 치유와 추억이 향기가 짙은 곳이 섬이다.
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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