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신용카드로 국내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물건을 사들여 자국으로 빼돌린 중국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외국인 명의의 신용카드 100여장을 위조한 뒤 화장품과 의류를 대량 구입한 혐의(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로 중국인 리모(30)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입국한 리씨 일당은 미국, 캐나다 등 여러 나라 외국인 명의의 신용카드 116장을 위조했다. 이후 24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해당 카드로 서울 명동과 동대문 일대에서 마스크팩 1,300만원어치와 의류 등 총 5,000만원어치를 구입해 중국으로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관광객들이 주로 구매하는 국산 화장품과 의류 등을 반복 구매하면서 일반 관광객처럼 행세했고, 의심을 피하기 위해 1회 결제 금액은 100만원을 넘기지 않았다. 세금 환급 절차를 이용해 업주와 카드사의 감시망을 피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리씨 등은 한 가게에서 평균 20만~30만원어치의 물건을 구입하면 곧바로 국제특송을 통해 중국으로 부쳤다.
이들의 범행은 같은 구매 패턴이 20일 동안 반복되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카드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리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업을 위해 견학 목적으로 한국에 방문했고 카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받거나 주웠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리씨 일당이 중국에 물품을 되팔 목적으로 특정 제품을 수천 개 구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일당이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카드 위조에 필요한 소형 장비를 발견했고, 화장품 가게 등에서 위조 카드로 물건을 구입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된 노트북에도 카드 위조에 필요한 프로그램이 저장돼 있었다”며 “위조 장비를 제공한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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