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이하 카드결제 시 무서명 거래 시행의 걸림돌이 돼 왔던 카드사와 밴사의 전표수거 수수료 분담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이번엔 전표수거 업무를 위탁 받은 밴대리점이 전표수거 수수료를 낮춰 받기로 한 지난 4월 합의가 논란이 되고 있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와 밴사는 최근 카드사가 전표수거 수수료의 50%, 밴사가 나머지 37%를 밴 대리점에 지불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전표수거 수수료는 전표매입ㆍ승인중계 등 카드 결제 시 카드사의 일을 대신 처리하는 대가로 받는 밴 수수료의 일부다. 밴사는 카드사로부터 받은 밴 수수료 중 승인중계 수수료를 갖고, 전표수거 수수료는 해당 업무를 위탁한 밴대리점에 지급해왔다. 무서명 결제 도입으로 수거할 전표가 줄어 밴대리점이 손해를 입게 될 처지에 놓이자 카드사ㆍ밴사가 수수료 일부를 보전해주기로 했지만 분담비율을 놓고 그간 갈등을 빚어왔다.
당초 밴사들은 카드사가 전표수거 수수료의 55%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무서명 거래가 계속 미뤄지며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카드사의 요구를 수용했다. 앞서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주재한 회의에서 밴대리점이 전표수거 수수료를 6원(13%) 낮추기로 합의했던 점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전표수거 수수료는 카드사가 50%, 밴사 37%, 밴대리점이 13%씩 분담하기로 한 셈이다.
하지만 아직 또 다른 변수가 남아 있다. 전표수거 방식의 차이로 애초부터 전표수거 수수료가 절반 수준으로 낮아 4월 합의 과정에선 빠졌던 비씨카드가 이번에 다른 카드사와 같이 수수료의 50%만 분담하겠다고 나서면서 협의는 또 주춤하는 모양새다. 이럴 경우 밴대리점이 분담하기로 한 13%를 적용받지 않는 비씨카드 전표수거 수수료는 밴사가 50%를 내야 한다.
이로 인해 이번 수수료 합의에도 불구, 무서명 거래의 실제 시행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비씨카드 측은 “수수료 분담비율을 어떻게 할 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지만 한국신용카드밴협회 관계자는 “비씨카드와의 합의가 마무리 되지 않으면 무서명 거래 전면 시행은 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신금융협회도 “수수료에 합의한 카드사부터 무서명 거래를 시작할 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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