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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수은 외압 막을 대책 없이 곁가지만 친 ‘셀프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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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수은 외압 막을 대책 없이 곁가지만 친 ‘셀프 개혁’

입력
2016.06.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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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KDB 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배우한기자bwh3140@hankookilbo.com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KDB 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배우한기자bwh3140@hankookilbo.com

조선ㆍ해운 등 부실기업에 돈을 퍼주면서 부실이 누적돼 한국은행과 정부로부터 12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수혈받게 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3일 자체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기업 구조조정 역량을 강화하고 출자회사 관리를 강화하며 임직원들의 자회사 재취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날 두 국책은행이 내놓은 방안은 작년 말 정부가 발표한 정책금융 강화방안에 담긴 내용과 큰 차이가 없는 데다, 무엇보다 부실기업에 왜 엄청난 금액의 지원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는지 근본 원인에 대한 진단과 반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동안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해온 정부와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아무리 내부 혁신을 한다고 해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거란 얘기다.

우선 산은과 수은이 구조조정 역량을 키우기 위해 외부 자문단을 신설하기로 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실효성 없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대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감사원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산은의 가장 큰 문제는 외부 입김에 쉽게 휘둘린다는 점인데 회장 직속의 자문단을 꾸려봐야 자문단은 책임과 권한이 없기 때문에 부실기업에 돈이 지원되는 문제 등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자회사 ‘낙하산’ 대책도 한계가 뚜렷하다. 산은과 수은 임직원의 자회사 취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을 뿐, 정작 ‘정피아(정치인 출신)’와 ‘관피아(관료 출신)’의 취업을 막을 방도는 별로 없어 보인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국책은행이 을이고 관료와 정치인이 갑인 상황에서 산은 등이 내놓은 낙하산 근절 대책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회사 낙하산 실태에 대해 “청와대 몫이 3분의 1, 당국이 3분의 1, 그리고 산은 몫이 3분의 1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두 국책은행 수장부터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근본적 한계일 수밖에 없다. 김상조 교수는 “국책은행이 낙하산 외압에서 벗어나려면 민간회사처럼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갖춰 모든 권한을 이사회에 넘겨 조직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며 “그런 노력 없이는 매번 정부와 정치권이 보낸 낙하산 인사에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혁신방안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는 뒤로 물러난 채 쇄신 대상인 국책은행들에게 메스를 쥐어준 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가 정책금융기관들의 기능을 고려해 큰 틀에서 국책은행 혁신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모든 쇄신을 국책은행에 떠넘기면서 큰 그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성인 교수는 “산은, 수은, 무역보험공사 등의 통폐합을 비롯한 본격적인 기능 개편의 논의 없이 곁가지만 건든 느낌”이라고 지적했고, 김동환 금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국책은행 단독으로 쇄신안을 만들어서는 근본 해결책이 나올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벌써부터 내년 대통령 선거 후 다음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지면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을 거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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