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ㆍ사드 한반도 배치 등
외교안보 현안 한목소리 낼 듯
美日동맹 강화ㆍ우크라이나 사태
서방과 대결 구도 이해관계 같아
지난해부터 군사협력 강화
합동훈련 강도 높여 주목
중국과 러시아가 ‘신(新) 밀월’ 관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잦은 정상회담과 군사협력 강화 등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대결에서 사실상의 단일대오로 임하고 있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2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국빈방문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지난해 9월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 참석 이후 8개월여만이고, 양국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11월 말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당시 비공개회동 이후 7개월여만이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에너지와 고속철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과 함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 등 민감한 외교안보 현안들에 대해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간에도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선 중국의 당사국 해결 원칙을 러시아가 적극 지지해왔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는 이구동성으로 반대해왔다. 하지만 시점상으로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이 임박해 있고, 이달 초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한국과 미국이 공히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 한 이후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특히 주목되는 건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협력을 적극 강화하는 대목이다. 지난해부터는 외교현장에서 공통의 이해관계로 뭉치는 수준을 넘어 물리적 충돌을 가정한 합동군사훈련의 범위ㆍ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양국은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지중해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고, 같은 해 8월에는 동해에서 사상 최초로 합동상륙훈련도 벌였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첫 미사일방어(MD) 합동훈련을 실시하는가 하면 오는 8월에는 최근 영유권 분쟁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는 동중국해 일대에서 역대 최대규모의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은 미국을 정점으로 한 서방과의 대결 구도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신형 대국관계’를 모색하고 있지만,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앞세운 미국이 일본과의 군사안보동맹 강화를 필두로 주변국들을 동원한 포위전략을 펼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러시아 역시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다. 남중국해 분쟁이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면서 사드 논란이 가중된 것도, 러시아가 동중국해 분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도 결국은 미국 중심의 서방과 맞서야 하는 양국의 현실적인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과 러시아는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에도 점차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001년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안보ㆍ경제협력체로 출발한 SCO는 근래 들어 중동과 동유럽ㆍ아프리카 등지로 영향력을 급속히 넓혀가고 있다. 중국이 주창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ㆍ해상 실크로드) 경제권, 러시아 중심의 유라시아경제연합의 유기적 결합을 추구하는 것 역시 양국 중심의 질서 구축 노력의 일환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동아시아만 놓고 봐도 중국과 러시아에게 미일 동맹의 강화는 대륙국가의 태평양 진출을 가로막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지속하고 서유럽 국가들과 나토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이어가는 한 중러 밀월관계는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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