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준공되는 2022년이면
울주ㆍ기장 일대 총 10기 들어서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 돼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ㆍ6호기 건설이 최종 허가됐다. 신고리 5ㆍ6호기가 차례로 준공되는 2021년, 2022년이면 기존 원전 8기가 있는 울산 울주군 서생면과 부산 기장군 장안읍 일대는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가 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김용환)는 23일 제57회 전체회의를 열고 2012년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출한 신고리 5ㆍ6호기 건설허가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선 안전성을 둘러싸고 7시간여 동안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표결 결과 위원 9명 중 7명이 찬성표를 던져 건설허가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재적 위원 과반 찬성이라는 의결 요건을 만족, 신고리 5ㆍ6호기는 착공이 가능해졌다. 한수원은 신고리 5호기는 2021년 3월, 6호기는 2022년 3월 각각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가동 전엔 운영허가 절차를 추가로 밟아야 한다.
이날 회의에선 원전 밀집 위험성에 대해 논쟁이 집중됐다. 특히 건설허가안 심사를 담당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다수호기 리스크 평가 규제지침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본보 23일자 2면 참조)에 대해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보고서는 국내 원전의 인허가가 원전이 밀집한 상황에서 대형 재해가 일어날 경우 얼마나 위험할지 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발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익중(동국대 의대 교수) 위원은 “보고서 내용과 신고리 5ㆍ6호기 안전성에 대한 KINS의 설명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무환 KINS 원장은 “보고서는 연구자 개인의 의견일 뿐 KINS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심의 과정에서 KINS는 개별 원전이 사고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된 만큼 여러 원전이 모여 있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원전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대해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국내외에 정립돼 있지 않다는 점도 내세웠다.
원전은 많을수록 위험도 증가한다. 한수원이 신고리 5ㆍ6호기를 짓겠다는 울산 울주군 서생면 일대에는 신고리 3ㆍ4호기가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인접한 부산 기장군 장안읍의 고리 1~4호기와 신고리 1ㆍ2호기까지 합치면 신고리 5ㆍ6호기가 들어설 경우 이 지역 원전은 총 10기가 된다. 이에 원안위는 원전이 2기 이상 모여 있는 ‘다수(多數)호기’ 안전성 평가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올해 기획연구에 착수했고, 결과에 따라 로드맵도 만들 예정이다. 조성경(명지대 교수) 위원은 “다수호기 문제에 대해 원안위가 단순 연구에 그치지 말고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표결 진행 중 지역주민이라고 밝힌 일부 방청객들이 일어나 “회의를 중단하라, 표결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외쳐 회의가 5분 가량 지체되기도 했다. 일부 방청객은 울음을 터뜨렸다. 이들은 방청객은 발언하면 안 된다는 원안위 회의 규정에 따라 퇴장 조치됐다. 김혜정(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장) 위원은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당장은 어렵다는 이유로 건설부터 허가하는 건 안전을 포기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울산시와 지역 경제계는 이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침체에 빠진 지역 경제가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사업으로 활력을 되찾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엔 2022년까지 총 8조6,254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된다.
그러나 ‘신고리 5·6호기 저지 부울경 탈핵연대’와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전력이 부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성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신규 원전 건설을 허가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울산=김창배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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