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처럼 공부만 하고 싶진 않아…베푸는 삶 사는 진로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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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처럼 공부만 하고 싶진 않아…베푸는 삶 사는 진로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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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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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졸업 뒤 1년 위탁형 교육

글쓰기ㆍ작곡ㆍ자전거 수업 과정 마치면 고2 학업으로

직접 타다 고장난 자전거, 스스로 고치며 문제 해결

토론 통해 자기 표현력도 키워

“대입 뒤처진다 우려는 기우”

한 반 학생수 4~ 6명 편성

교사가 성장과정 꼼꼼히 체크

‘삶의 방향과 의미를 찾는 교육 원정대’라는 뜻의 오디세이학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핵심 공약으로 지난해 3월 출범한 자유학년제 프로그램 학교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일반 고교 대신 이곳에 진학한 학생들은 글쓰기ㆍ목공ㆍ영상 수업처럼 대안 교과목을 배우고 시험도 한 학기에 한 번만 치른다. 영어ㆍ수학ㆍ한국사 과목만 정규 교육 과정을 따른다. 1년 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원래 소속된 고교로 돌아가 2학년 과정부터 학업을 이을 수 있다.

12월 일반고 원서와 함께 지원서를 쓰면 오디세이학교 교사들이 자기소개서를 살펴보고 학부모ㆍ학생 면접을 거쳐 선발하는 식이다. 70명이 지원한 지난해엔 면접을 본 뒤 추첨을 통해 40명을 선발했다. 올해는 정원이 90명으로 늘어나 희망한 학생(80명)은 모두 오디세이학교로 진학했다.

처음 개교했을 땐 학력 저하로 인해 학생들이 대학 입시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 개개인의 성장 과정과 자기 주도적인 활동을 중점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최근 압도적으로 높아지면서 오디세이학교의 가능성은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올해는 민간 협력기관인 공간민들레, 꿈틀학교, 하자센터가 위탁을 받아 80명의 오디세이학교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자전거, 자작곡…스스로 탐구하는 학생들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의 지하 1층에서 열린 자전거 수업. 수업이 한창인 교실에는 책상이 없었다. 대신 학생들은 고장 난 자전거 5대를 둘러싸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학생들의 손에 저마다 하나씩 들려 있는 건 펜치, 에어펌프 등 자전거 전문 공구. 한 시간 내내 타이어에 뚫린 구멍을 막는 펑크패치를 붙이고 바람을 불어 넣는 작업을 하다가 아이들은 땀투성이가 됐다.

그림 1오디세이학교 대안 교육 과정을 위탁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의 지하 1층 자전거 수업 교실에서 22일 박진슬군이 자전거 바퀴를 수리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자전거 수업을 담당하는 박정규(35) 교사는 “이 자전거들은 모두 야외 수업 때 학생들이 직접 타고 다니다가 고장 났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 고칠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게 오늘 수업의 목표”라고 말했다. 매주 4시간씩 다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이 수업 학생들은 자전거 정비를 배우는 것 외에도 자전거의 친환경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거나 자전거 전용 도로에 무분별하게 주차하지 말자는 공익 캠페인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해외 자전거 이용 문화와 서울 자전거 전용 도로 분포를 조사해 매시간 발표도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하는 이런 수업에 만족한다는 박진슬(16)군은 “왜 항상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해야 하는지, 왜 학교 성적으로 1등과 꼴등을 나누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중학교 때 성적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기계처럼 공부만 하고 싶지 않아 대안학교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협동하는 수업, 캠페인 활동을 하면서 ’나누는 삶’에 대한 꿈이 생겼다는 박군은 “2학년 때 고등학교로 돌아가서도 베푸는 삶을 살 수 있는 진로를 고민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한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봐요”

오디세이학교 대안교육과정을 위탁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 3층의 음악교실에서 22일 학생들이 자작곡 수업시간을 이용해 악기를 합주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하자센터 3층 녹음실에서 자작곡을 녹음하던 서지우(16)양은 강남 대치동 교육 특구 출신이다. 그에게 중학교 시절은 치열함 그 자체였다. 서양은 “원래 초등학교 때는 식탁 위에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음식들이 하도 예뻐 푸드 스타일리스트를 꿈꾼 적이 있는데 중학교에 들어간 뒤 하루 종일 학원에 다니며 친구들과 경쟁하느라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에 대해선 점차 잊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진로 계획이 생긴 건 아니지만 이곳에선 글쓰기, 작곡 등 다양한 수업을 받으면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깊이 고민할 시간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정명아(16)양도 오디세이학교에서 비로소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감을 얻은 학생이다. 워낙 수줍음이 많아 남 앞에 서는 것이 한 없이 두려웠다는 정양은 중학교를 다니다 중퇴하고 홈스쿨링을 받았다. 고교에 진학하기 전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이곳을 택했던 정양은 인문학을 주제로 한 토론 수업, 자전거 수업 등을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법, 친구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표현하고 고민을 나누는 친구들을 보며 좋은 자극을 받았다”며 “고등학교로 돌아가면 미술대학 진학을 준비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학생부종합전형 시대에 맞는 대안학교

대안학교가 가진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학력 저하나 이로 인한 대학 입시의 어려움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학생의 전공 적합성, 고교 시절 성장 과정을 기록한 학생생활기록부의 중요성이 높아진 ‘학생부종합전형 시대’에 대안학교가 새로운 전략이 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

하자센터에서 영상 수업을 담당하는 정효정(35) 교사는 “오디세이학교는 한 반에 학생이 4~6명 정도라 교사가 학생의 성장 과정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다”며 “매일 종례 시간마다 30분씩 ‘오늘 하루 언제 가장 보람 있었는지’, ‘수업 중 궁금한 점은 없었는지’ 등 집단 토론도 하기 때문에 학년 말 종합 평가를 적을 때 학생에 대해 쓸 말이 많다”고 말했다.

오디세이학교 교육을 위탁 받은 3곳 모두 공립 고교 교사도 한 명씩 배치됐다. 학생생활기록부를 충실히 기재하는 과정을 돕기 위해서다. 서울 시내 공립 고교 교사로 재직하다 올해부터 오디세이학교로 온 천민정(50) 교사는 "오디세이학교에선 적은 수의 학생들이 학생주도형으로 만들어진 대안 교과 수업에 참여하는 만큼 학생 성격과 적성, 1년 동안의 성장 과정이 일반 학교 학생들보다 생활기록부에 훨씬 자세하게 녹아들 수밖에 없다"며 "대학 입장에선 훨씬 더 매력적인 학생생활기록부"라고 말했다. 대안학교가 대입에 무조건 불리하다는 건 기우에 불과하다는 얘기였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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