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상대 파기환송심
교수協-총학 6년 만에 승리
비대위 “비리 재단 존립근거 잃어”
교육부에 이사회 직무정지 요구
김문기 총장 복귀해도 힘 못 쓸 듯
교육부가 2010, 2011년 학교법인 상지학원의 구 재단 측 인사 8명을 법인 이사로 선임한 처분을 취소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93년 부정 입학 문제로 물러난 김문기 전 이사장 측근들이 이사회를 다시 장악하면서 6년 간 지속돼 온 상지대 분규의 해결 단초가 마련됐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 윤성원)는 23일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등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상지학원 이사 선임 처분 취소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교육부 장관이 2010년과 2011년 김길남씨 등 8명을 상지학원 이사로 선임한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또 “학생ㆍ교수ㆍ교직원 등 학교의 구성원은 학교법인의 운영에 직접 관여할 수 없다”며 각하한 원심을 깨고 원고 쪽 손을 들어줬다. 학교 구성원도 이사 선임 문제를 법적으로 다툴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 지난해 7월 대법원 판결 취지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상지대 교수ㆍ학생 등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즉각 논평을 내고 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비대위는 “오늘 판결로 지난 6년 간 거듭된 파행 속에서 고집스럽게 유지돼 온 김문기씨 중심의 정(正)이사 체제는 정당성과 존립 근거를 잃었다”며 “즉시 교육부를 방문해 대법원 상고 포기와 이사회 직무정지를 요구하고 국회와 사회 각계에도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판결문이 송달될 때까지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판결로 구 재단 측 인사가 상지학원 이사회에 복귀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장기화하고 있는 상지대 교내 갈등 사태도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상지대는 1993년 김문기 당시 이사장이 비리로 구속되면서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돼 오다 2003년 12월 정이사를 선출했다. 이에 구 재단 측이 신임 이사 선임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냈고 대법원이 2007년 구 재단 측 손을 들어주면서 다시 임시이사 체제로 돌아갔다. 2008년 5월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상지대 정상화 방안을 심의하고, 교육부가 2010년 8월부터 9명의 이사를 선임하면서 갈등은 증폭됐다. 이사 중 4명이 김 전 이사장이 추천한 인사였기 때문이다.
교수회와 총학생회 등은 이사 선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지만 1ㆍ2심 재판부는 당사자 적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게다가 2014년 김 전 이사장이 총장으로 복귀한 뒤 교수ㆍ직원ㆍ학생 무더기 징계로 갈등이 고조됐고 거듭된 파행 운영 탓에 지난해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도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또 교육부 요구로 지난해 해임된 김 전 총장의 복귀가 임박하면서 논란은 가중된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해 대법원이 사학 학교 구성원의 학교운영 참여권과 소송제기권을 인정하며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소송이 이날 고법에서 원고 측 승소로 재확인되면서 20년 넘게 논란을 불렀던 상지대 김문기 체제 문제점이 해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특히 상지대 분규와 관련 줄곧 구 재단 측의 법률상 이익만 인정해 왔던 법원이 전향적으로 학내 구성원의 권리를 인정하고 개방이사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대목은 주목된다. 교육부가 재상고하더라도 대법원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판결이 확정돼 지금 이사들이 모두 해임되면 사분위가 차례로 임시이사와 새 이사를 선임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 견해가 수용될 경우 새 이사회가 구 재단 측 일색이 되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상지대 비대위 관계자는 “이사회 체제가 무너진 만큼 김 전 총장이 돌아와도 힘을 쓸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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